이소애 칼럼집 ‘소멸, 그 찬란한 무늬’…낮은 곳으로 흐르며 멈추지 않는 시선
이소애 칼럼집 ‘소멸, 그 찬란한 무늬’…낮은 곳으로 흐르며 멈추지 않는 시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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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을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 언어가 대중의 언어가 될 수 있을 때 더욱 힘이 있다.

 이소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가 전북도민일보를 비롯한 도내 일간지에 투고했던 글을 모아 칼럼집 ‘소멸, 그 찬란한 무늬(신아출판사·1만3,000원)’를 펴냈다.

 기록 중에서도 신문지상에 남는 칼럼의 파장은 크다. 각계각층의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다 동시대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있는 글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시의성이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도 흡입력이 있고, 불특정 다수가 독자라는 점에서도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의 수명이 짧다는 것.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글들이 쏟아지게 되니 칼럼은 너무 일찍 퇴색되어 진다. 필자가 사력을 다해 집요하게 파고든 생각들이 허튼 생각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남겨두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칼럼집에는 시인이 바라본 세상풍경이 담겨 있다. 그는 소외되고 병들고 열등감 속에서 주눅이 들어 어깨를 조이며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었고, 갈등으로 고민하는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부부의 사랑과 환멸도 칼럼에 녹여 냈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타인을 설득하는 글쓰기는 쉽지 않다. 그의 칼럼은 맑은 강물처럼 세상 밖으로 흐른다. 낮은 곳으로 흐르며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고, 깊은 생각의 시간을 보낸 후에 쓴 글이기 때문일 터다.

 이 시인은 “찻잔의 파문 같은 조용한 감정의 노출일지라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울림이기를 기대해 본다”며 “이 책을 열고 나의 숨소리를 듣는 독자에게 항상 행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공감하는 은총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오늘도 시인은 동네 책방을 찾는다. 책의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책장을 넘겨보며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 이 시간만큼은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다. 천천히 걸어야 세상이 보인다.  

 전북 정읍 출생으로 1960년 ‘황토’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한맥문학’ 제48호에서 시 신인작품상을, 2020년 ‘지구문학’ 제90호에서 문학평론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우석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를 수료했다. 시집으로 ‘침묵으로 하는 말’, ‘쪽빛 징검다리’, ‘시간에 물들다’, ‘색의 파장’, ‘수도원에 두고 온 가방’, 수상집 ‘보랏빛연가’ 등이 있다. 허난설헌문학상 본상, 황금찬시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중산시문학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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