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문화예술 즐기기 新 풍속도 속, 지역문화예술계의 과제
언택트 문화예술 즐기기 新 풍속도 속, 지역문화예술계의 과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1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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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즐기는 언택트(untact) 문화생활이 대세가 될 줄은 몰랐다. 슬기로운 언택트 문화생활을 제안하는 리스트들이 곳곳에서 공유되고 있다. 연초부터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든 코로나19의 위력 속에 올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고, 전시장이 문을 굳게 닫으면서 지역문화예술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에 적응해가고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코로나19가 깨우쳐준 진실은 결국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아무 재미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자 머리를 맞댔던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고민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는 지역문화예술계의 풍경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처음에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거부감을 보이던 예술인들도 비대면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이를 공유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내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관객과의 호흡이 있다면, 랜선을 통해서는 관객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텍스트로 남아 팽팽한 긴장감을 촉발시켰다. 예술가에게는 또 다른 자극이 되었다.

 전북지역 문화예술계는 올 상반기 거의 모든 공연예술활동과 전시가 멈추었다. 국공립 문화시설이 문을 닫고, 각 지역 예술제와 축제도 전면 취소되는 상황이 잇따르니 예술가들도 강제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일이 없으니 음향과 기술 스태프들의 일자리도 아예 사라져버렸다. 각종 홍보물과 전시 도록 등을 제작하는 업체도 코너로 몰렸다. 문제는 단기간에 끝날 조짐이 안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상반기에는 허둥지둥 시간을 보내다 대안 찾기에 나선 여름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다. 공연계에서는 기존에 자료보관 차원에서 기록용으로 남겼던 영상을 관람 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문화재단과 문예회관 등에서 추진한 온라인 기획공연은 각종 행사 취소나 연기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단체와 예술인에게 단비같은 무대가 되었다.

 전북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먼저 선보인 곳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유튜브 Sori Arts TV를 통해 온라인 중계 ‘파이팅 콘서트’ 동영상을 선보였다. 당초 3팀 공연을 기획했으나,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 전주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총 6팀의 공연을 선보였다.

 김형주 소리전당 홍보과장은 “일단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려는 것이 눈을 띠었고 비슷하게 영상제작을 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다”며 “공연장 전문인력들이 의기투합해 조명과 무대 연출, 색감을 만들어내고, 무빙캠으로 현장성을 담아내 꽤 괜찮은 온라인 콘서트라는 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청춘마이크 전북’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실험적 공연무대를 선보였다. 초반에는 촬영·녹음·무대기술 분야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70여 개의 질 높은 공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였다. 청년예술가들의 괜찮은 프로필을 남겨야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9월에는 일주일간 완주군 고산면의 농촌지역을 배경으로 전용무대를 제작해 매일 저녁 6시 버스킹 무대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전했다.

 각종 축제가 취소되는 중에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일찌감치 온라인 축제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세계의 음악가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성과를 올렸다. 소리축제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전주역에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19×19 챌린지’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매일 오후 1시 20분부터 저녁 8시 40분까지 하루 11개의 팀의 공연이 쉴틈없이 진행되는 릴레이 버스킹 무대로, 209팀 8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박영준 우진문화재단 제작감독은 “많은 축제들이 취소되면서 예산을 반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리축제의 일구일구 프로젝트는 지역의 예술가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 고마웠다”면서 “물론 현장에서 느꼈으면 좋았겠지만 예술가들이 준비한 공연의 내용도 충실했고, 의미있었다” 고 말했다.

 우진문화공간과 같은 소극장과 갤러리 역시도 올 한해 공연 취소와 재대관 등이 반복되는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오랜 시간 기획하고 준비해서 올리는 공연이었을텐데 고민 끝에 취소를 결정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박 감독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웠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차선의 방향으로 물길을 잡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박영준 제작감독은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하려면 한 발도 뗄 수 없다.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은 다 똑같을 수 있고, 그 상황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해야한다”며 “좋은 결과를 바로 내야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언택트 시대에는 더욱더 실험해 보는 일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한지영 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은 “축제는 예산이 있으니 좋은 기술력을 쓸 수 있는데 지역에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며 “언택트 시대에 맞는 영상관련 장비들의 수준과 기술력의 차이가 나는만큼 공공기관에서 좋은 하드웨어를 구축해 이를 공공재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 수 없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지영 부장은 “펼쳐놓고 보면 예술가보다 제로 상태였던게 무대기술 인력과 업체로 그들이 백업을 해주지 못하면 완성도 있는 무대가 나오지 않는다”며 “이들은 문화예술을 성장시키는 파트너로 생각하고 동반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나가야만 코로나19 이후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형주 과장은 “사실 소리전당이나 문화재단, 소리축제 등 규모있는 단체에서는 관련 영상물을 홍보할 채널이 고정되어 있지만 예술가 개개인을 통해 공유되는 채널에 올려서는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면서 “관계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는 촬영만을 지원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파급력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정책사업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비대면 콘텐츠가 정답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이 예술가의 홍보와 후원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랜선의 관객들이 객석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문화예술계의 고민은 계속될 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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