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전주가 그렇게 컨트리야?
아빠 전주가 그렇게 컨트리야?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0.11.17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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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버스였는지 택시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3~40년 전 대중교통 차량의 옆면에 ‘300만 전북도민’이라는 말이 포함된 공익 광고문이 붙어 있었던 걸 분명히 기억한다. 당시 전주의 인구는 40만 정도였고, 이는 전국 7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살기 좋은 지역을 나타내는 지표가 인구 뿐만은 아니겠지만, 인구 증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이 형성되어 있거나 조성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문화,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시한다. 올해 6월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라북도의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여 180만이 위협받고 있고, 전주시의 인구 순위는 천안에도 밀리며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의 산업기반 약화와 이에 따른 인구 감소가 반드시 지역민의 책임은 아니다. 국가 정책 방향이나 주요 사업에서의 지속적인 소외 등의 외부적 요소가 전북의 산업기반 약화와 인구 감소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대외적 여건 속에서도 개발의 기회가 주어질 때, 또는 지역사회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수립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발전을 모색함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갈등은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어디에 정책적 중요성을 부여하느냐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개발활동은 대부분 규모에 관계없이 환경 보전과의 충돌을 수반하는데, 모범적으로 도시의 번영을 이루어 낸 경우를 보면 대부분 둘 사이의 갈등을 잘 조정함으로써 완벽하진 않지만,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이다. 지나치게 개발만을 강조하여 환경을 회복 불능의 상태로 악화시키지 않으며, 보전을 위해서 개발을 포기하지도 않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경제적 기반은 약화하는데, 보전만을 강조하는 목소리만 너무 크게 들리는 듯하다. 이는 경제 개발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타지역의 상황과 비교할 때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막히는 도로를 인간 우선이라는 논리로 차선을 줄이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늘리며,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변화하는데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하자는 목소리가 자치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도내 주요 일간지에서 헤드라인으로 뽑아놓은 기사를 보면 전주의 거점부지들에 대한 개발은 여전히 어떻게 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 도대체 어떤 정책적 철학을 근거로 개발이 지연되는지에 대한 설득은 없고,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눈에 들어온다.

 종합해보면, 일부 지자체가 추구하는 미래 도시 이미지는 차량 대신 수많은 자전거가 도로를 달리며, 어디를 가도 숲이 있는 정말 천천히 움직이는 도시이다. 이 모습이 미래 도시의 청사진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 있다’ 라고 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럴 수 있다’라는 답변이 적용되는 도시들은 어떤 곳일까? 이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모범 사례로 등장하는 것이 서유럽의 일부 도시들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노년층의 비중이 높으며, 산업 기반은 취약한데 신산업 동력은 없는 특징을 보인다. 물론, 현재 전주시의 모습도 이러한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항의하는 목소리가 있겠지만,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개발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비전이 꼭 이들을 보고 배우는데 국한되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 사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커다란 불확실성을 남겨놓았고,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의 재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친환경 관광을 우리의 가장 큰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는 것이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불확실성에 대한 최선의 답변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소외되며 지역발전과 경제성장에 목말라하는 주민들의 갈망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 지역에는 이러한 저변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창구가 매우 부족해 정치권이나 자치정부에서 잘 듣지 못할 수 있지만, 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목소리이다. 미국 생활을 할 때 아이가 던진 질문이 생각난다. 학교에 새로 온 한국학생이 아이에게 고향이 어딘지 물어봤다고 한다. 전주라고 답하자 서울에서 온 그 아이는 놀라면서 자기는 전주라는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 말을 하면서 아이가 물었다. “아빠. 전주가 그렇게 컨트리야?” 이것이 내가 사랑했고, 자부심을 갖고 성장했던 내 고향의 현실이며, 그 질문을 들었을 때가 10여년의 미국생활 중 가장 속상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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