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은 철저하게 김장은 사랑으로
방역은 철저하게 김장은 사랑으로
  • 송남근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 승인 2020.11.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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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입동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영하의 기온을 넘나드는 찬바람이 나니 절정을 자랑하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뒹구는 계절이 왔다. 겨울이 다가오면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월동준비를 위해 매우 중요한 행사가 남아 있다. 바로 김장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에조차 객지에 사는 자녀들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김장하자고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출가한 자식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인들만 덩그러니 남은 농촌에서 이웃끼리 돌아가면서 김장을 해야 하는데 예전처럼 왁자지껄하게 동네 잔치하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코로나는 김장철 풍경마저도 바꿔 놓을 듯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의 김장 비용(배추 20포기 기준)은 30만9천 원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는 3주 전인 10월 14일보다 23.3% 하락한 가격인데, 11월 4일 기준으로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아 출하량이 늘어난 배추와 무는 각각 52%와 28% 하락하였으나 아직 출하량이 많지 않은 김장용 굴과 작황이 부진한 고춧가루는 각각 8.7%와 6% 상승한 결과라고 한다. 공사는 김장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비축용 건고추를 집중적으로 출하하고 있으며, 11월과 12월에 배추공급이 더욱 확대될 경우 김장비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장을 위해서는 배추와 무 등 기본 채소를 비롯하여 고춧가루, 깐마늘, 대파, 쪽파, 생강, 미나리, 갓, 멸치액젓, 새우젓, 굵은 소금 등 다양한 양념류가 필요하다. 이 모든 재료를 직접 사서 김장을 하게 되면 그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다. 한편 배추를 절이기 위해 며칠 전부터 미리 염장을 해둬야 하는데 생배추나 절인 배추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이 작업 또한 여간 고된 것이 아니다. 이런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요즘에는 하나로마트나 농협몰과 같은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절인 배추와 양념을 모두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절인 배추 10Kg을 대략 5포기 정도로 계산을 했을 때 4인 가족 기준 20포기를 양념을 포함해서 약 23 ~ 26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직접 김장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국산 재료를 사용한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완성된 김치의 경우 같은 양을 한꺼번에 구매한다면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낭비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김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추와 무를 비롯한 양념류 등 과채를 직접 재배하는 농촌의 경우에 김장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자식들 몫까지 담그다 보니 워낙 양도 많은 데다 배추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면이 있다. 자연스레 동네 이웃들끼리 돌아가며 품앗이 형태로 김장을 거들게 된다. 과거 시골에서 김장할 때 빠지지 않았던 것이 돼지고기를 가마솥에 푹 삶아서 막 담근 김치에 돌돌 말아 먹는 재미였는데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보기도 쉽지 않게 생겼다. 그래도 시골 인심이 여전하여 김장할 여건이 되지 않는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십시일반이라고 여러 집에서 몇 포기씩 만 나누어도 겨울 한 철 거뜬히 날 수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부터 12월 2일까지 지역별 김장 시기에 맞춰 농협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및 대형 유통업체, 온라인쇼핑몰 등 약 3,500여 개 매장에서 김장에 필요한 각종 채소(배추, 절임배추, 무, 고춧가루 등)와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에 대해 20% 할인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어디에서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예전과 같이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역병의 창궐로 고립과 소외를 비롯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신선하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김장을 함께 나눠 지친 심신을 달래어 이웃사랑을 실천해 보자.
 

송남근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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