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강’
- 이철경
눈 덮인 북한강 서성이다
저 강 너머
나루터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언제면 데리러 올까
기다리던 작은 아이,
바람의 위안에 눈물 흘리던
유년의 차가운 윗목
<해설>
겨울이면 청둥오리 날아오르고 앙상한 미루나무가 윙윙거리며 울던 옛적의 겨울은 왜 그토록 추웠을까요. 산 위에서 휘돌아 내려온 찬바람은 흐르던 물도 얼리고 앙상한 나무들도 시퍼렇게 질려 띄엄띄엄 서 있는 겨울. 북한강도 깊은 겨울잠에 든 듯 두꺼운 얼음을 뒤집어쓰고 봄이 오기를 기다렸겠지요.
언 강에 눈이 내려 수북이 쌓여 마치 시베리아 벌판처럼 더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겨울 속의 강. 강이 얼어 나룻배가 다닐 수도 없는 북한강 가에 서서, 강 너머 멀리 읍내 쪽으로 난 둑길을 바라보는 작은 아이가 눈에 밟히는 저녁 입니다. 작은 아이에게 오겠다고 약속했던 그 사람은 오지 않았나 봅니다. 그 사람은 몸이라도 몹시 아파 올 수 없었을까요. 무섭도록 추운 날에 작은 아이 혼자서 언 강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자기를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겠지요. 약속을 믿었던 허망한 유년의 기억이 지금도 차가운 윗목에 그리움으로 남아 가끔씩 시인에게 한기를 몰고 와 시를 쓰게 하겠지요.
겨울이면 청둥오리 떼가 떼를 지어 서쪽으로 날던 그 시절은 하도 외풍이 심해 방안에서도 문풍지가 울고, 물그릇을 윗목에 갖다 놓으면 살얼음이 얼기도 했었지요. 그런 겨울을 어린 아이가 몇 번이나 더 보냈을까요. 생각만 해도 그리움이란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기에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그러나 언 강 앞에 서있는 작은 아이는 끝까지 자기를 데리러 오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겠지요. 살다 보면 고통에 눈물 흘리고 있을 시간에도, 막막한 공포의 순간에도, 봄바람은 불어오고 꽃은 어둠을 넘어서 피어나니까요.
강민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