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 시인,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호남의 역사 문화 풍물을 시
장욱 시인,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호남의 역사 문화 풍물을 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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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크러진 도포자락 펄럭임 속에서/ 희고 고운 학의 날개를 펼쳤기로손/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소곳이 접어 내려앉는 침묵/ 서걱임조차 결빙된 겨울 삼천천/ 긴 목의 간구로 허리 구부린 흰 노송// 보고 싶은 얼굴 쪼아 보고 싶은 이야기/ 물 면경을 한참 들여다 보고 섰으면/ 바보야, 그게 너구나 너의 세월이구나” 「흰 노송」전문

 시집 한 권에 한량춤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시인은 직접 춤을 배우기까지 했다. 너무 어려웠다. 춤과 시가 만나는 예술적 통합을 꿈꾸었지만 방향이 맞는 것인지 조심스럽기만 했다. 여러 논문들도 찾아 읽어 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기쁘다. 드디어 원고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한량춤을 글로 써보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돼 다행이다.

 장욱 시인이 시단에 특별한 시집을 내놓았다. 장편 시조시집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문예원·8,500원)’다. 시를 짓는 작업만으로도 어려운데 그 안에 다른 예술장르까지 녹여내겠다는 발상은 모험이었고, 도전이었다.

 금파 김조균의 한량춤은 전주 지역에서 전승되어 오던 민속 예술춤이다. 전라도의 춤의 맥으로 정자선, 정형인, 금파 김조균, 동촌 김무철로 이어져 오늘날 전라북도무형문화제 제17호로 지정·보존되고 있는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춤이다.

 시인은 시집 한 권에 한량춤을 넣었다. 굿거리 장단과 자진모리 장단 모두 91장단에 67개의 춤사위가 맞물려 돌아간다. 춤 한 동작에 하나의 시를 밀어 넣은 셈이니, 시집 한 권을 읽으면 마치 하나의 공연을 관람한 듯, 한 예인의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타인의 예술을 거울처럼 비춰내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시인은 시 작업에 앞서 금파는 이 춤을 추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을지, 어떤 생성 과정을 거쳐 한량춤이 완성되었을지를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 시는 춤의 한 동작과 그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시인은 춤 한 동작으로 뼈대를 세우고, 자신이 꿈꿔온 풍류세계로 살을 채웠다. 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의 역사, 문화, 풍물 등을 시에 담아냈다.

 표현 방식은 놀랍다. 내용면에서는 한량춤의 전 과정을 노래하는 시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내부의 실제적인 구성은 우리나라 전통 정형시가인 시조 양식으로 짜여져 있는데, 익숙한 평시조 형태 뿐 아니라 엇시조와 사설시조 등 거의 모든 시조 형태들을 두루 활용하면서 행연의 배치도 파격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그 시적 구성 면에서 매우 복잡·미묘하고도 장대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어떤 풍류적 역동성도 아울러 구현하고 있다”며 “시집을 제대로 익는 데에는 이러한 이 시집의 구성의 묘과 그 장대함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절대적으로 있다”고 평했다.  
장 시인은 전북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석사 졸업하고, 전주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월간문학(시조)와 1992년문학사상(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를 냈다. 풍남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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