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을 직접 만드는 그날까지”바리스타 겸 커피머신 엔지니어 채장병 대표
“커피머신을 직접 만드는 그날까지”바리스타 겸 커피머신 엔지니어 채장병 대표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11.11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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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겸 커피머신 엔지니어 채장병 픽시잇(Fixit)커피 대표가 본인이 수리한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현표 기자
바리스타 겸 커피머신 엔지니어 채장병 픽시잇(Fixit)커피 대표가 본인이 수리한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현표 기자

 커피와 사랑에 빠진 남성이 있다.

 향긋한 커피 냄새를 만들기 위해 매일 원두를 볶는 것은 물론이고 맛의 섬세함을 표현하기 위해 각종 커피 머신의 상태 확인, 수리까지 직접 나선다.

 쉬운 길은 찾지 않았다. 최고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해 원두를 볶는 로스터기 앞에서 장작 10시간 동안 앉아보기도 했으며 직접 발품을 팔아 전국을 돌며 커피 완성에 도움이 될 만한 강의나 자료를 지금도 구한다.

 우리가 편히 즐기며 마실 수 있는 커피. 바로 그 커피 한 잔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10년 넘게 원두를 볶아온 젊은 바리스타 겸 커피머신 엔지니어, 픽시잇(Fixit)커피 대표 채장병(33)씨를 만나봤다.

 

 ◇ 평범한 공대생에서 바리스타로

 커피를 시작하기 전까지 채 씨는 대학교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일반 학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채 대표는 유독 커피에 관심이 컸다.

 그는 “학생 시절 대학교 인근으로 다양한 카페가 급격하게 생겨났다”며 “커피를 좋아했기에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맛을 봤고 매장마다 조금씩 달랐던 커피의 맛에 물음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카페마다 맛이 다른 ‘아메리카노’ 중 어디가 가장 맛있는지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질문은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이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채 대표의 인생 방향을 틀어놓은 계기가 됐다.

 이후 채 씨는 자신이 직접 커피를 완성해보기로 결심,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2010년 전북대 구정문 인근에서 자신의 매장을 열어 커피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 원두 로스팅에서 커피 머신 수리까지

 

 채 대표는 다재다능하다. 원두를 볶는 로스팅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커피 머신 수리까지 가능한 몇 안 되는 바리스타 겸 커피 머신 엔지니어다.

 처음부터 능숙했던 것은 아니었다. 매장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다른 매장에서 원두를 받아 커피를 만들었다. 매장을 시작하고 3년쯤 지났을 무렵 채 대표는 자신만의 커피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각각의 개성을 지닌 생두를 직접 볶아보면서 최상의 맛을 끌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채 대표는 2013년 여름 생두 2.5kg을 담을 수 있는 로스터를 구입, 매일 밤 로스팅 삼매경에 빠졌다.

 로스터 화력 조절에 실패해 매장에 불이 붙기도 했고, 갓 볶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매일 20잔 이상 마시며 위염을 심하게 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오히려 즐거웠다고 채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채 대표는 “로스팅 과정은 변수가 많아 초장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며 “생두마다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이 있는데 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원두를 수백번 볶았다. 이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여 손님들에게 커피를 추천할 때도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채 대표에 따르면 커피를 볶는 로스팅을 배우는 이들을 많지만 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이 고되고 험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두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고, 로스팅 과정에서 맛있는 향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로스팅을 도전하는 카페들은 많아도 중도에 포기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채 대표는 7년 동안 지금까지 커피 업계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국외의 커피 자료들을 스스로 번역해 공부해가면서 꾸준히 로스팅을 이어가고 있다.

 로스팅에 넘어 채 대표는 커피 머신 수리에도 손을 뻗었다. 채 대표에 따르면 커피 머신 고장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 이상 장사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커피 머신 엔지니어가 워낙 소수고 지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피해가 발생함에도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이에 채 대표는 ‘어떻게 하면 머신을 빨리 고치고 영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끝에 내린 답은 ‘직접 고쳐보자’였다.

 채 대표는 2015년부터 직접 머신을 뜯어보고 조립하길 반복, 문의가 들어온 주변 매장의 커피 머신을 직접 수립하기 시작했다.

 채 대표는 각 커피 머신마다 수리 방법을 설정해 이를 포트폴리오식으로 정리했고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해외 브랜드 커피 머신 판매 총판권(호남지역)을 10개 이상 지니고 있다.

 로스팅과 커피 머신 수리를 이어가고 있는 채 대표는 더 큰 목표를 설정했다.

 직접 커피 머신을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

 채 대표는 “경쟁력 있는 커피 머신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새로운 꿈이다”며 “머신을 전시할 쇼륨과 카페를 합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현재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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