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을 묻는 시간
정치의 본질을 묻는 시간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0.11.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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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란 백성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는 고문(古文)이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경구(警句)이다. 그러나 정치 현장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이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규명하기 위해서 택배업체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훼방하는 통에 소모적인 공방이 벌어졌다.

 “원래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겁니까?”필자는 의사진행발언을 얻어서, 과도한 노동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원인에 대해 시급하게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국정감사를 정쟁으로 끌고 가도 되는 것인지, 정치를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답답하고 화가 나서 물었다.

 국회도 국회이지만 지역정치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읍·고창지역위원장인 필자는 지난 6월, 고창군의회의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장단을 선출해줄 것을 당 소속 의원들께 당부했는데, 선거과정에서 입에 담기도 민망한 부정과 불법행위가 발생했다. 필자가 지역정치의 소중한 파트너인 지방의원을 ‘읍참마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군의회 의장은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여 지방의원으로서는 언젠가는 맡아보고 싶은 자리이다. 그런 의장이기에 선거과정에서는 자칫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면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오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과 양식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보며 부끄럽게 생각하고,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해하며 사과할 줄을 알아야 한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비판 여론이 비등하는데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뭐가 잘못됐냐?”라고 되묻는 뻔뻔함은 정치인이 가질 태도가 전혀 아니다. 정치인은 주민의 마음을 얻고 그 신뢰를 토대로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어떤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후안무치한 정치는 주민들에게 감염병 바이러스보다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

 당 소속으로, 필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의원들이어서 전북도당의 불이익 조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심정이 많이 아프고 괴롭다. 그러나 당 조직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선당후사의 입장에서 개인적인 이해관계의 잣대보다 당의 규범과 주민의 눈높이로 볼 수밖에 없었다.

 작년 4월 공직을 퇴직하고 정치활동을 시작할 때, 필자의 공직생활을 잘 아는 지인들로부터“정치인이 되려면 부정을 보더라도 적당히 타협할 줄 알아야 하고, 좀 뻔뻔해져야 하는데... 어떻게 정치를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말씀을 자주 듣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듣고 있다.

 이제 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치인의 길. 필자 앞에 놓은 그 길은 장애물이 없는 편한 대로가 아니라, 정읍 출신인 이준관 시인의 시 제목처럼 험난하고 먼 길이지만 ‘산을 품고 마을을 품는 구부러진 길’이지 않을까 싶다.

 정치가 삶의 중심부로 들어온 시대,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정치를 피해가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정치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걷다 보면, 언젠가는 시민들이 정치를 통해 꿈꾸는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윤준병<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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