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대학 발전을 위한 피보팅 전략
지속가능한 대학 발전을 위한 피보팅 전략
  • 김동원 전북대 총장
  • 승인 2020.11.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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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는 융합 신기술과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피보팅 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다. 피봇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피보팅은 중심축의 변환을 의미하면서, 양적인 변화가 아니라 질적으로 ‘무엇을 바꾸느냐’에 초점을 둔다.

 대학에서의 피보팅 전략은 기존에 사용하던 교육과 연구에 대한 대학 발전 전략의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 설정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의 피보팅 전략을 살펴보면 대략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술이나 운영 노하우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핵심역량 피보팅이다. 대학 운영의 노하우를 적용하여, 해외에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현지에 미니 캠퍼스를 구축하거나,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하계 혹은 동계 대학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대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많은 대학들이 중국, 몽골,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ODA사업과 연계한 동남아시아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도 이에 해당된다.

 둘째, 시설이나 설비, 공간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하드웨어 피보팅 전략이다. 물리적인 자원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하드웨어 피보팅은 접근성이 좋은 도시 중심에 캠퍼스 시설이나 공간을 조성하거나 운영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사업의 지속성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산업자원부에서 시행하는 산업단지 캠퍼스 사업도 이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국토부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대학 캠퍼스 안에 도시형 첨단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 피보팅을 들 수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교양교육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의 평생교육을 졸업생이나 직장인들의 직무 재교육 혹은 맞춤형 신기술 교육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평생교육의 주류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규모는 작지만, 지자체와 협력하여 농산어촌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계약형 이동식 캠퍼스를 설치하여 대학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이에 해당된다.

 넷째, 혁신적인 신기술이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교육 수요자를 불러 모으는 혁신공유 모델 기반의 피보팅 전략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지능형자동차, 수소 에너지 등 융합신기술 분야의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재정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내년에 1,048억원을 들여 시행하고자 하는 디지털 혁신 공유대학 사업이 이러한 피보팅 전략에 해당된다. 권역 내 대학들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소위 지역혁신(RIS) 사업도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혁신 공유모델의 피보팅 전략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는 공유경제 체제의 혁신모델에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다수의 대학들이 연합하여 새로운 교육 및 연구 모델을 제시하는 대학 연합 네트워크형 피보팅 전략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연합 네트워크형 프로그램은 지역과 권역을 구분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특징이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10개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학사교류 강화 프로그램/연합 네트워크 체제의 구축이 이에 해당된다. 특성화된 중소 규모의 지역 중심대학들이 연합하여 추진하는 학사교류 네트워크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코로나 19 이후 트렌드 등의 변화로 인해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앞서 예를 든, 새로운 피보팅 모델의 적용으로 중심축을 수정하는 혁신과 공유의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뉴딜이 추진되는 흐름을 타고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대학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에는 안정적인 시뮬레이션에 의존하기 보다는 위기를 감수하면서 순발력있게 피보팅해야 한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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