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에 산다] (15) 버린 生命 거두기 45년...扶安 淸日庵(청일암) 慧鏡(혜경) 스님
[보람에 산다] (15) 버린 生命 거두기 45년...扶安 淸日庵(청일암) 慧鏡(혜경) 스님
  • 김재춘 기자
  • 승인 2020.11.13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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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즐거움에 고달픔 잊어
 고아에 삶의 길, 신자엔 마음의 양식을
 60여명 어엿한 사회인으로
 “慈悲心은 으뜸가는 德性”

  속세를 저버린 比丘尼(비구니=여자스님)가 속세가 내팽겨친 불우한 고아들을 돌보고 있어 이승의 목탁이 되고 있다.

 45년동안에 걸쳐 60여명의 부모잃은 아이들을 길러낸 淸日庵(청일암) 慧鏡(혜경) 스님(66).

 생년월일만 적힌 종이쪽지와 함께 강보에 쌓여 암자 앞에 버려진 아이를 慈悲(자비)로 감싸 부처님 공양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손수 밭갈이에 나서 근근이 마련한 양식으로 불우한 고아들을 키워왔다.

 扶安군 부안읍에 웅크린듯 자리한 城皇山 중턱 양지쪽 산마르에 아담하게 자리한 淸日庵(청일암)에는 지금도 6명의 여자아이들이 그녀의 보살핌 속에서 티없이 밝은 웃음속에 커가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 60여명의 어린이들을 길러내는데는 배고픔도 많았지만 佛心으로 버티어 왔단다.

 그러나 갑작스레 걸린 감기 등으로 아이들이 시달리릴때는 약값이 없어 쩔쩔 매기도 했지만 큰병으로 고생한 아이는 없었다며 그것만도 다행스런일이 아니냐며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스님이 길러낸 그 아이들이 동학사 등 전국 각 사찰에서 불제자로 커가고 있는가하면 사업가로 성장한 대견한 아이도 있단다.

 53년간을 청정비구니로 오직 부처님께 의지해온 몸이지만 길러온 아이들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허용한데는 자신에게도 애처러웠던 속세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9살의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고 혈혈단신으로 외토리가 되었다가 3년만인 12살에 불교에 귀의한 몸이기에 부모를 잃은 불우한 아이들을 보살핌없이 지나칠 수가 없어 거둬들인만큼 이것도 自得이기에 業報로 알고 어린것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母情을 뿌리칠 수 없어 어머니라고 부르게 하고 있단다.

 “물질만능의식이 팽배해진 俗世에서는 부자가 되는 방법이 최고의 지혜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人間세계에 존재해야할 최고의 지혜는 바로 人間愛여야 합니다”

 스님은 최고의 지혜인 인간애의 거울(鏡)이기에 법명도 慧鏡(혜경)인가 보다.

 그렇다면 慧鏡은 바로 佛心이 아닐까.

 비좁은 암자에 청소년들의 마음 쉴 터까지 마련, 불교학생회 간판을 걸고 扶安군의 학생 불제자들의 모임까지 주선하고 있다.

 “힘이 닿을때까지는 계속해야지요”라며 곁에 서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스님의 두눈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 서럽게 보였다.

 “내가 거둬들이지 않았다면 더욱 좋은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수도 있었을 텐데 부족한 내가 키운답시고 고생만 안겨준것 같아 마음 아플때도 있으나 이것이 모두 업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느냐”며 손끝에 매달린 염주알을 한 알씩 밀어 올렸다.

가슴속에는 불우한 어린것들에 대한 사랑과 자비심이 더욱 커지지만 몸이 늙고 보니 돌보고 있는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된단다.

 겨우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 라면상자나 들고 위문이랍시고 찾아드는 얄미운 낯내놓기식 선물공세를 펴는 유지들의 얄팍한 인심이 순결한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동주 記
 김재춘 옮김
 1989년3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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