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노년
당당한 노년
  • 정영신 전북소설가협회 회장
  • 승인 2020.11.0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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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60부터라더니,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타다 보면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70도 훨씬 넘어 보이시는 분들이 건강보조기구나, 볼펜, 손수건, 부채 등 다양한 물건을 들고 나오셔서 판매하신다. 중간 중간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이 또한 갖가지 물건을 내밀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그들보다도 어르신들의 소박한 경제활동에 더 관심이 간다.

 나름대로 준비한 깔끔한 옷차림, 험한 세상의 긴 다리를 오래도록 건너온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여유와 부드러움, 단돈 천 원이 주는 부담 없는 신뢰감……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 때문에 나부터 주머니를 열게 된다.

 어떤 어르신은 서울에서 천안까지 또는 인천까지 끝과 끝을 오가며 꽃배달을 하고 계셨다. 그들은 지하철 안에서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전혀 어색함 없이, 자신들의 경제활동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계셨다.

 우리 동네 주유소에서 일하시는 분도 70이 넘으신 분이다. 아드님이 K대학 교수라는데, 꼭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일을 갖고 싶어서 나오신 분이었다. 어르신은 액수에 상관없이 자신의 육신을 움직인 대가의 의미 있는 돈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년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요즘 젊은층 중에는 취업에 대한 불안증으로 고민하는 자가 많다. 심한 경우, 취업에 대한 기피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자신의 생계를 아예 부모에게 의지한 채, 전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들을 일명 캥거루족이라고 부르는데, 이웃나라 일본도 그들 문제로 심각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대 실업률은 늘고 있는데, 생산현장에서는 근로자가 모자라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은 업종에 상관없이 배고픔만 면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했다. 그런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그 ‘헝그리정신’이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싫어한다. 인내심이 떨어져서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칙과 논리를 앞세운 ‘따지기’에는 선수다. 대학마다 사소한 사건에도 대자보가 나붙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 상대를 비방하는 데는 힘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타당한 경우는 있고, 기성세대가 시정해야 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선배는 그런 상황을 무척 염려스럽게 바라본다. 모든 것들을 연령층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그저 그런 경향이 조금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자식 덕을 보겠다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열심히 일을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그것은 본인의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무려 81년간이나 직장생활을 했던 미국의 100세노인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였다. 그의 아버지도 평생 일을 하다가 99세로 사망했다고 한다. 60대의 그보다 젊은이들이 찾아 와서 그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한마디로 ‘일하는 것이 오래 사는 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 노인 중 87.4%도 허리둘레가 31인치 이하로 가는 편이다. 그만큼 매일 어떠한 형태로든 운동이나 노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뇌졸중 발병위험도 적다고 한다. 확실히 자신의 일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은 모두 표정이 너그럽고 밝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 앞에 놓인 세월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세월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빛깔은 판이해진다.

 오늘도 자신의 노년을 당당하게 맞이하고 계시는 그 어르신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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