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잔재 청산 모두가 나서야
친일잔재 청산 모두가 나서야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0.11.05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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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지역사회에서 친일잔재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매년 3.1운동과 8.15광복절, 한글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친일잔재 청산이 회자하여 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친일잔재가 잔존하고 있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한켠에는 안타까움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전북지역에서 전문가와 시민 등 각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친일잔재 전수조사와 처리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친일인명사전을 토대로 조사한 전북지역 친일인물 119명이 걸러졌다.

 친일잔재로는 김해강 시비 등 142건에 달했다. 또 친일잔재 처리기준으로 청산대상, 이전활용, 단죄비 및 안내판 설치, 시설 및 공간 재활용, 교육적 활용 등을 분류해 친일잔재 청산 방법 등에 대한 심도있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지명 및 도로명 등 아직 무형의 친일문화가 잔존한 현장들을 조사하고 식민지역사교육관 등을 설립해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공들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유·무형 교육현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높았다. 더불어 친일잔재에 대해선 교체하거나 철거하고, 단죄비 및 안내문을 설치해 친일잔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이 자리에서 전주대 김윤희 교수는 식민통치와 관련된 시설물에 대해선 청산도 중요하지만 기억해야 부분은 역사유적으로 관리해 친일과 친일행위에 대한 실질조사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위한 학문적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훈 행정부지사는 광복 이후 100년이 지났지만 친일잔재 전수조사와 처리방안과 통일된 기준이 없어 지역차원의 친일잔재 청산은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온 만큼 이번 전수조사 등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함께 친일잔재 청산을 범도민운동으로 추진하는 공론화과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표피적, 구호적 친일잔재 청산에 그치지 말자. 체계적이면서 역사적으로 친일이 가져온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슬픈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학문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 번의 실수는 실수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적 실수는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 친일잔재 청산에 대해 우리는 반복적으로 구호에 그쳐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북에는 친일잔재가 여전히 많다. 일례로 ‘유치원’이라는 용어 역시 일제잔재다. 하루빨리 ‘유아학교’로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김제, 만경평야로부터 수탈한 식량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군산과 전주 등 도내 곳곳에 일제의 잔재가 산재해 있다. 일제가옥은 물론 역사현장 등도 많다. 이처럼 유형의 잔재는 물론 언어와 문화 속에 배어 있는 일본의 잔재 역시 어떤 형태로든 청산기준을 만들어 단기, 중기, 장기과제로 선정해 청산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계와 행정이 먼저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학술용역을 발주해서라도 일제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학술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북지역 친일잔재 처리대상으로 확인된 것만 인물은 119명, 유물 142건에 이르고 있다. 학습자료로 남길 것인지, 폐기처리할 것인지 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도와 각 시·군은 이를 근거로 조례를 제정해 행정적 청산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리고 범도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하겠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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