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말고도 재미있는게 많은 세상이지만 찾게 되는 ‘환상의 동네서점’
책 말고도 재미있는게 많은 세상이지만 찾게 되는 ‘환상의 동네서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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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이 없는 산골에서 자란 배지영 작가는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서점다운 서점에 가보았다. 광주의 충장로 1가에 있는 삼복서점이다. 드넓은 서가에서 어렵사리 책을 골라 책꽂이에 모셔두고는 몇 번씩 읽은 책도 있고, 후회하는 책을 산적도 있다. 그렇게 서점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도시의 동네서점에 상주하며 책과 사람, 책과 문화를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전북 군산에 있는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로 활동있는 배지영 작가의 에세이 ‘환상의 동네서점(새움·1만3,000원)’을 펼치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동네서점 상주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덕분에 생긴 직업이다. 서점에 상주하는 작가에게 4대 보험과 월급을 주고, 작가는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

 배 작가가 한길문고에 주 5일간 출근하면서 서점에서는 재미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북클럽, 무엇이든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고민 상담소,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작가 강연회,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 등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추억을 쌓고 또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낭만적인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10대부터 70대까지의 이야기는 훌륭하게 읽힌다.

 사실, 한길문고는 2012년 폭우가 쏟아졌을 때 물에 잠겼던 동네서점으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하루 100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달 넘게 힘을 보태 기적처럼 다시 문을 열었던 공간. 그 손길들은 다름 아닌 1987년 녹두서점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저마다 서점에 대한 추억을 가졌던 사람들이었을 터다. 데모 나갈 때 책가방을 맡아준 서점, 한없이 책을 읽고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던 서점, 용돈을 모아 처음으로 사고 싶었던 책을 산 서점 말이다.

 도시에 오래된 서점이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군산시민에게 한길문고는 다정한 이웃이자 속 깊은 친구였다. 그곳의 상주작가도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책만 있는 서점은 쓸쓸하고 슬프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 시나브로 문을 닫고 있는 동네서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뿐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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