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정철원 회장의 상금 후원
부러운 정철원 회장의 상금 후원
  •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 승인 2020.11.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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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아일보(2020.10.17.)에 실린 ‘영랑시문학상 박라연 시인’ 제하 기사를 읽었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전남 강진에서 교단생활을 시작한 터라 더 눈에 들어온 기사다. 고향인 전북으로 와서 근무하던 고교 교사 시절 학생들을 인솔하여 영랑백일장에 해마다 참가했던 추억을 오롯이 살아나게한 기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정작 나의 관심을 끈 건 수상자가 받은 상금 3,000만 원을 후원한, 부산에 본사를 둔 협성종합건업의 정철원 회장이다. 정철원 회장은 이날 “영랑 선생의 시문학정신을 기리는 데 써 달라”며 강진군에 9,000만 원을 기탁했다. 그러니까 3년치 영랑시문학상 수상자 상금을 쾌척한 것이다.

그의 이런 메세나 활동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아예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2010년 설립한 협성문화재단을 통해 여러 사업도 하고 있다. 가령 ‘협성독서왕’이란 이름의 전국 초·중·고 학생 및 대학생ㆍ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독후감공모전이라든가 ‘NEW BOOK 프로젝트’를 통해선 예비 작가들의 책도 출판해주고 있다.

특히 ‘협성독서왕’의 경우 총 상금이 무려 6,510만 원에 이른다. 내가 알기로 독후감 공모전 상금으론 최고ㆍ최다의 역대급 규모다. 특히 작년부터는 입선자 100명에게도 각각 도서상품권 30만 원씩을 수여하고 있는데, 놀라운 일이다. 이전 300명 각 10만 원씩에서 변경한 것이지만, 대부분 상장만 달랑 주기 일쑤인 장려상 상금을 자그만치 100명에게 각 30만 원씩 주는 것 역시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2011년엔 동아일보와 토지문화재단, 강원도 등이 제정한 ‘박경리문학상’에도 2년간 1억 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마산상고를 다니고, 부산을 거점으로 사업하고 있는 정 회장이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전남 강진군이나 강원도 토지문화재단에 거금을 기탁한 것은 아름답고 흐뭇하고 부러운 일이다.

앞의 동아일보에 따르면 특히 정 회장의 ‘영랑 사랑’은 남다르다. 영랑 생가가 있는 강진을 10여 차례 찾았고 직접 지은 아파트 단지 3곳의 벽면과 돌담에 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을 쓴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는 “주옥 같은 영랑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며 “영랑시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는 정 회장의 상금 후원이라 할 수 있다. 협성종합건업이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올해 시공능력 평가액 5,965억 원, 전국 도급 순위 56위(부산 2위)의 중견기업이라지만, 이런 기업의 후원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바로도 어김없는 사실이다.

나는 2016년 교원문학회 창립과 함께 교원문학상과 전북고교생문학대전 상금 협찬 공문을 도내 지역 금융기관, 대학교, 중견기업들에 보낸 적이 있다. 두 개 합쳐 5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소액인데도 다 퇴짜를 맞았다. 결국 교원문학상과 전북고교생문학대전 상금은 사재를 털어 실시해오고 있다. 정철원 회장의 상금 후원이 부러운 이유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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