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표 화가,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에서 7회 개인전
김상표 화가,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에서 7회 개인전
  • 완주=배종갑 기자
  • 승인 2020.10.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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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

 김상표 작가는 삼례문화예술촌(대표 심가영심·가희) 모모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오는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7회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상표 작가는 얼굴성이란 주제를 넘어서 신체성 전체로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퍼포먼스 방식의 도발적인 그리기방식을 실험한다. 그래서 그가 들고 나온 이번 전시회의 제목이‘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이다.

 자칫하면 중력의 악령에 사로잡힐 듯한 이 엄숙한 주제를 김상표 작가는 뜻밖에도‘춤’이라는 경쾌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풀어간다. 인간의 신체에 가해졌던 억압에 저항하고 기뻐하며 연대하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담은 100호 이상의 대작 31점이 아나키즘, EROS, 디오니소스춤, 푸른난장 등의 제목을 달고 모모미술관에 걸린다.

 이 그림들을 그려가는 과정 자체가 김상표 작가에게는 동일성(재현)의 관념에 포박되어 왔던 지식인의 삶에서 벗어나는 화가-되기의 수행성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기존의 회화적 코드를 완전히 벗어나는 그리기방식을 실험한다.

 김상표 작가는 라캉이 말하는 소위 공백상태, 즉 창조적 무(creative nothing)의 상태에서 몸이 스스로 작동하며 찾아가는 그리기의 궤적에 온전히 자신을 맡긴 채 화가-되기를 수행한다. 이러한 회화적 수행성은 동서고금의 어느 화가도 감히 시도해본 적 없기에 우리에게는 그의 시도가 너무나 귀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는 퍼포먼스와 구분될 수 없는 그리기의 몸짓을 통해 시시각각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선과 색으로 캔버스를 물들이며 회화, 음악, 춤이 모호모호하게 혼재된 그림-사건을 창안해낸다. 결국 김상표 작가는 춤의 사유이미지들을 빌어서‘권력에 예속화된 몸’과‘기존의 회화적 코드’에서 해방되고자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그것이 내용(주제)이든 형식(스타일)이든 예술에 대한 모든 정체성과 동일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예술의 아나키즘 전통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김상표의 회화가 겨냥하는 정치적 효과는 무엇일까? 그는 작업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감상-주체에게도 원초적 신체를 떠올리게 하면서 그(그녀)를 감각과 사유의 무정부적 상태로 만든다. 나의 그림을 통해 원초적 몸에 배태된 아나키즘적 리비도의 떨림을 경험함으로써 그(그녀)의 견고했던 정체성은 해체되고 말 위험에 처한다.

 타자에게도 무한한 창조가 가능한 공백의 지대가 열리기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와 타자의 예술적 주체성을 새롭게 창안하는 과정 그 자체가 나의 예술활동이기를 소망한다. 이것이 니체가 자유로운 정신으로 즐거운 학문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자, 이 사람을 보라! 나만의 고유한 아나코 예술의 스타일과 주제들을 채굴해가면서 나의 몰락은 시작된다.

 김상표 작가의 회화적 퍼포먼스는 2020년 6월 22일 KBS문화스케치에‘얼굴없는얼굴 화가 김상표’라는 제목의 다큐로 방송되어 이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그 밖의 여러 대중매체에서도 경영학, 철학, 예술 세 분야를 가로지르는 그의 독특한 삶을 조명한 바 있다. 그에게 삶의 모토를 묻자‘인생의 의미는 모험이다(The meaning of life is adventure)’라는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화가가 되기 이전에 김상표 작가는 경남과기대에서 20년 간 재직하면서 창업대학원장까지 역임한 경영학자이자 선구적으로 인문학과 경영학을 통섭하는 과목을 학부와 대학원에 개설한 경영철학자이다.

 그가 저술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김영진과 공저) 책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간된 전문적인 경영철학 저술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에 학술원의 사회과학분야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학문적 경력의 소유자가 정년을 9년이나 남겨두고 명예퇴직한 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내는‘화가-되기’의 모험을 선언한 것이다.

 2020년 3월에 명예퇴직기념전을 겸한 5회개인전에서‘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라는 저서를 통해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화가로서의 고유한 문제의식을 세상에 알렸다.

 이제 그는 예술로 철학하는 Entrepreneur로서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라는 다섯 가지 관념에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심가영심·가희 대표는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7회 개인전이 김상표 화가의 예술에 대한 관념과 실천의 모험에 큰 용기를 주었으면 싶다는 바램”을 피력했다.

 완주=배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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