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의 역할
치유농업의 역할
  • 이정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 승인 2020.10.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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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개월 넘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점점 인류의 마음마저 감염시키고 있다. 고립과 단절,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Blue)’를 넘어 우울과 불안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Red)‘를 호소하는 이들마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감염의 공포만큼이나 봉쇄와 단절에 대한 공포가 크다는 방증으로 1차 확산 당시 봉쇄 조치를 경험해 본 시민들이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만큼이나 자유 제한 상황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이 두렵다’고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유럽등 일부 심각한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코로나 블루·레드의 정도가 심해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랙(Black)‘으로까지 확산 될가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에선 국민 10명 중 4명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특히 여성(50.7%)의 경험 비율이 남성(34.2%)보다 높았다고 한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유행에 국가별 사정도 비슷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4~5월 전 세계 112개국 18~29세 젊은이 1만2000명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4%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우울감이 분노로 또 극단적인 심리 상태로 치닫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집단 문화가 강해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하는 만큼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정신 건강 위협도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실내에서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익숙하다지만 반려식물이란? 반려식물은 각종 식물의 재배과정과 산물의 수확 그리고 꽃을 통해 심신의 피로회복과 정서안정, 환경정화 및 실내장식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유도 동물을 통해 지친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효과 때문일 것이다.

  (도시)치유농업의 여러 가지 효과에 대한 관련기관 전문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린이들에게는 학교텃밭 운영을 통해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학교폭력도 감소됐으며 이웃과의 소통기회가 증가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으며, 또한 체험 어린이들의 농업에 대한 친근감, 호기심, 흥미, 노동에 대한 인식, 책임감 증가 및 채소에 대한 거부감 해소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에 대해서는 실버텃밭 정원프로그램을 통해 어른들의 우울증이 크게 감소됐고 체내 콜레스테롤이나 체지방율이 감소되거나 정상단계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총콜레스테롤은 5%정도 감소해 적정범위로 조절됐으며 체지방율은 2%정도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의 경우 정서적 삶의 질이 13% 증가했고, 스트레스는 34% 낮아졌으며 우울감이 45%나 감소됐는데 이는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40%나 증가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수형자를 대상으로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수형자의 불안감과 우울감 및 다른 사람에 대한 예민성이 감소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식물과 꽃이 피로를 낮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등 반려동물 못지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서안정적인 면에서는 인공적인 색을 볼 때보다 식물과 꽃을 볼 때 안정과 이완도의 지표인 알파파가 25% 증가했고, 스트레스와 긴장의 지표인 베타파는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 같이 치유농업은 주거환경속에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고,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치유농업 선진국 네덜란드는 2001년부터 치유 농장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2015년 치유농장 육성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농업인들이 치유 농장을 시작하고 국가가 체계화해 지원하는 형태였으며, 건강보험제도와 농업인보조금 등을 연계해 시행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기존의 체험농장이나 치유농장에서 활용할 프로그램과 매뉴얼 개발에 대한 요구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치유농업 프로그램과 실행 매뉴얼 개발, 치유농업의 효과 분석과 평가기법 개발, 치유농장 인증을 위한 절차와 제도 마련 등이 현실적으로 시급하다.
 

  치유농업은 생산과 체험 중심의 농업을 건강과 복지의 영역으로 확대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 인구 증가와 일자리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다양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다. 농작물이나 화초재배 또는 곤충사육을 통해 심신의 치유와 가족간 소통, 인성함양 및 건강을 챙기고 더불어 농업을 이해함으로써 (도시)치유농업을 팬데믹 시대 기회로 활용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몸과 마음이 힘들고 위축된 요즘 같은 경우 치유농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우리 모두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정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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