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인들의 문인예술을 통해 마주하는 열락의 세계 ‘마음으로 읽어내는 명문인화1’
옛 선인들의 문인예술을 통해 마주하는 열락의 세계 ‘마음으로 읽어내는 명문인화1’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0.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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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훌륭한 예술이 있어도 보는 눈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테면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를 바라볼 때 추사가 서예사적인 공간에서 차지하고 있는 내용이나 추사의 인품과 학식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남다른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인화가이며 철학박사인 권윤희 작가가 선인들의 문화예술 중심인 문인화에 초점을 두고 오랜기간 연구한 결과물을 ‘마음으로 읽어내는 명문인화1(유니랩·2만6,000원)’에 담았다. ‘미학코드로 보다’라는 부제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예술의 세계를 보다 가치있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책이다.

 권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코로나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고, 한 치 앞도 분간을 못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며 “원초에서 뒤돌아보고 스스로 우리의 삶을 열어야 한다. 전 세계가 여러 분야에서 한류의 열풍에 있다. 이젠 우리의 인문학도 한류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는 곧 한류 인문학이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한류 인문학의 하나로서 선인들의 문인예술에 눈을 돌려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표암 강세황,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공재 윤두서, 호생관 최북 등의 대표작과 함께 이들의 일대기와 그림에 담긴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들의 예술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길을 찾고자 했다. 꼼꼼한 분석으로 작품 이면에 담긴 의미를 파헤치거나, 어느 대목에서는 소설가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대중에 흡입력있게 뛰어들었다.

 추사의 ‘세한도’는 보이는 그대로만 본다면 세밀하거나 웅장하지도 않고 오히려 어설프게까지 보이지만, 문인화의 정수로 손꼽히는 걸작 중에 하나다. ‘세한도’와 더불어 유명한 추사의 ‘부작난도’는 선비의 예술세계를 담아놓은 하나의 그릇으로, 문인화사에서 금자탑이 되었다.

 조선의 제일가는 천재화가인 단원의 ‘마상청앵도’는 풍속화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문인화의 일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한다. 단원 회화의 스펙트럼이 넓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설명이다.

 공재의 ‘진단타려도’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감상이 가능한 그림이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해학성 넘치는 장면과 등장인물, 장치들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호생관의 ‘풍설야귀인도’라는 작품을 살피면서는 자신의 눈을 찌른 호생관의 괴팍한 기행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쇠잔한 몸을 이끌며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인생길을 가고 있는 노인의 모습에서 호생관의 마지막 남은 모습이 교차된다.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저자는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거쳐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철학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서예협회 평론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문인화의 개념, 가치, 심미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조선 문인의 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풍죽 문인화가로서 문인화로 두 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저서로 ‘강암의 풍죽’과 도록 ‘파란 댓잎 소리가 들리네’ 등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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