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지역화폐
지역경제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지역화폐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0.10.28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화폐(Local currency)’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로 지역 내에서 돈을 순환시켜 지역경제의 안정화 및 활성화를 꾀하는 게 목적이다.

 지역화폐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다. 전국 지자체들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지역화폐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은 물론이고 ‘자영업 성장·혁신 8대 핵심 정책과제’에 이르기까지 지역화폐 확대 정책을 꾸준히 천명해 왔다.

 그런데 요즘 이 지역화폐의 효과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9월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조세재정 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지역 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 2010년에서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이 보고서에는 ‘전 국민의 소비 총량은 정해져 있어 지역화폐에 따른 부가가치는 발생하지 않으며 지역화폐 발행과 관리비용, 국가 보조금 등 손실만 남고 지역별 사용 제한으로 소비자 편익도 줄어든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몇몇 지자체가 발끈했다. 조세연이 2018년 이전의 데이터로 2019년 이후의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물론 조세연의 지적이 지류형 상품권만 놓고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류형 상품권은 규모를 키울 수 없지만 2019년 이후 바뀐 모바일과 카드형 상품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국내 지역화폐 발행규모 및 발행 지자체 수 추이’에 따르면 2018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는 66곳에서 2019년 172곳으로 급증했으며, 2020년 현재는 약 230여 곳으로 늘었다. 금액 또한 3조 2천억원(2018년 3,714억원)으로 10배가량 차이 나며, 올해 발행금액은 무려 9조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지역화폐 발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의 중심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각 지자체가 지역화폐 발행을 대폭 늘리거나 새로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도 내달 2일부터 500억원 규모로 전주형 지역화폐인 ‘전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이로써 도내 14개 모든 시·군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됐다. 전북은행 또한 전주사랑상품권의 발행 및 운영을 맡은 만큼 그 책임을 절감하고 있다. 이번에 발행하는 전주사랑상품권은 충전이 가능한 전자카드 형태로 월 구매한도는 50만원이며 사용액의 최대 10%를 예산 소진 시까지 적립해준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 내 소비 촉진으로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화폐 제도. 그러나 지역화폐가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 속에서 쇠퇴해가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며 지역을 살리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지역화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이상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지역화폐 제도는 주민 참여의 공동체 운동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지역에서 통용되는 돈을 지역 내에서 순환시켜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고 커뮤니케이션 회복을 통해 상호 신뢰구축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지역화폐를 경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역화폐에 대한 인식 증가와 사회적 가치 소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역화폐가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치 소비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지역화폐를 단순히 경제적 동기 때문이 아닌 공동체 의식과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역화폐가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경제 활성화 모델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까지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