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바이든
트럼프와 바이든
  •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0.10.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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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다시 열린 수영장에 가는데 길바닥에 노란 은행잎이 뒹굴고 있다. 올해는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지나보내는 건가. 그리고 보니 미국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4년전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무엇보다도 외부세력에 의해 미국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고, 대외관계에서 미국이 손해 보고 있다고 느끼는 미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벽을 국경에 설치하고,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징벌적인 관세를 부과하였다. 또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TPP),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과의 핵 협정, 중거리 미사일 조약 등 (INF) 등 국제협약과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UNESCO),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에서 탈퇴하였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 본질적으로 비즈니스맨이라서 대외관계를 미국의 이익 특히 경제적 이익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봤다. 군사적 충돌은 손해라는 생각에서 가능한한 회피하고 군사개입을 최소화해왔다.

 변화된 시대의 문제를 기존의 질서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접근을 하겠다고 외친 트럼프에게 정치적 지지가 몰렸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기존 국제질서를 흔들어 놓기는 했으나 시대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바이든은 서민 출신이다. 30세에 델라웨어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직후 부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들을 보기 위해 날마다 델라웨어에서 워싱턴까지 기차로 90분 걸려 출퇴근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상원의원 재임 36년 동안 계속되었다. 민주당 주류에 속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정치적 색깔로 의정활동을 하였다.

  상원외교 위원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바이든은 외교정책에 경험이 많다. 필자는 2003년 1월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바이든을 만나 두 시간 정도 편안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식견과 솔직함 그리고 유머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중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준비 부족으로 백악관에서 벌어진 황당한 상황들에 대한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도 필자에게 확인해주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던 신보수주의자 네오콘들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고, 필자가 아직은 공개할 수 없는 비화들도 얘기하였다. 그는 오바마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백악관 경험을 했다.

 4년전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뒤졌는데도 당선되었기 때문에, 현재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승리를 자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이 크게 보면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이 꼭 반반으로 나뉘어 있는 구조도 예측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필자는 바이든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가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인데, 트럼프가 전쟁 등 비상사태에 직면해서 위기관리를 잘할 수 있는 판단력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명백해졌기 대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사태에 대한 그의 비합리적이고 즉흥적인 위기대처 방식은 미국에 큰 손실을 입혔다. 이점이 투표장에 간 미국 유권자들 특히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열흘 뒤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것이다. 계절의 순환이 있듯이 정치에도 국제질서에도 순환이 있다. 길바닥에 뒹구는 노란 은행잎을 보며, 미국정치도 국제질서도 선순환에 들어서기를 기대해본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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