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시대와 소통
밀레니엄 시대와 소통
  • 김동수 시인
  • 승인 2020.10.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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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엄(millennium) 시대’란 천년의 끝 무렵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이를 다시 세분하여 알파벳 순서에 따라 X세대(1960~1970대), Y세대(1980~1999대), Z세대(2000년 이후~)라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엄 세대’라고 통칭 한다.

 아날로그 문화권에서 자란 X세대들은 부모들로부터 물려받은 가난 속에서 자라 점차 자수성가를 해 가면서 성취감을 느껴 세대 간의 연대의식과 동료애가 강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글로벌 세대들은 소비가 미덕이던 물질의 풍요 속에 유년을 풍족하게 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부모들의 세대에 비해 부를 축적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와 직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양극화가 심해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하여 빈곤층은, 잘 살아야겠다는 꿈과 희망으로 저축하고 근검절약을 하기보다는, 부모와 국가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그때그때 즐기고 재미를 추구해가는 소위 ‘소확행 시대의 소시민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에 비해,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능숙한 디지털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쉽게 시작(on)했다 쉽게 끝나(off)는 디지털 문명권에서 자라 이전의 세대들보다 그만큼 쉽게 생각하고 쉽게 포기한다. 학창시절부터 각종 시험의 서열화에 길들어 진구들과의 우정보다 점수, 신의와 배려보다 물질에 굴복하는 이기적 자기중심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후 보장과 미래지향보다는 즉각 보상과 소통으로 기다림과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차분하게 하나의 일에 몰두하거나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한다. 책을 보면서도 TV를 보고,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자주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취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직장에서의 낮은 정착률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발표 자료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30%가 1년 내 퇴사를 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밀레니엄 시대의 젊은이들은 행복의 기준 또한 이전 시대들과 달랐다. 거듭된 금융위기로 자본주의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크다. 그동안 중요하게 여겼던 명예나 형식 그리고 위계질서보다 사소하면서도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며 만족해한다. 오프라인에서의 생활공간이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집단의식이 약해지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다.

 주말 근무나 반복되는 야근, 잦은 회식 문화에 대해서도 사생활이 침해당한다고 여겨 꺼린다. 경영 악화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 심리에서 기회가 있으면 다른 직종으로 옮겨 가고자 한다. 상사들의 일방적인 지시를 싫어하고 수평적 대등 관계와 자유로운 소통, 즉각적인 피드백을 좋아한다. 그러기에 정례화된 평가나 몇 단계를 거치는 의사결정 과정과 자기들이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한 무반응 등에 섭섭해하기도 한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며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한다. 조직 내에서도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자 한다. 그러기에 리더들은 그들에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에게 기대하는 성과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성취감을 맛보게 해 준다면 일에 더욱 열중하게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나, 나, 나세대(me, me, me generation)’ 속에서 살아온 밀레니엄 디지털 원주민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이버 세상에서 어른들과 맞짱을 뜨며 자라왔기에 수직적 지시보다 수평적 소통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하여 선택과 공유를 중시하고 속도와 혁신을 선호라며 끊임없이 세계와 개인을 연결해 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 가고자 한다.

 그들의 자유로운 소통 의지와 분방한 창의성, 논리와 이성보다 감성적인 그들의 호기심을 포용의 유연성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디지털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인공지능(AI)시대를 낯설지 않게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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