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기획> 고창 콩재배 청년 농부 한선웅(37)씨
<귀농귀촌 기획> 고창 콩재배 청년 농부 한선웅(37)씨
  • 고창=김동희 기자
  • 승인 2020.10.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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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는 먹을거리 바로 콩이다. ‘먹는 것이 곧 몸이 된다’는 말처럼 우리 민족은 콩과 5000년 동안 하나였다. 그러나 수입하는 콩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콩 농사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두가 어려워하는 콩과 보리로 ‘농촌의 희망’을 꿈꾸는 청년농부 한선웅(37)씨를 소개한다.<편집자주>  

 고창군 공음면 한선웅(37)씨는 전주에서 살다 부모님과 함께 2018년 귀농해 콩과 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결혼 3년차에 부모님과 부부, 아들 2명까지 모두 8명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고창으로 오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한선웅씨는 “젊다는 것 하나만 믿고 농사일에 뛰어 들었다. 1년 동안 남원, 임실, 완주 등지를 돌며 땅을 보러 다녔고 농림부, 농어촌공사, 각 지자체의 청년농 지원사업도 철저하게 알아보며 귀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치밀하게 준비한 영농계획서로 농림축산식품부 청년창업농 지원제도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영농 기반 없이 시작하는 청년들도 지원할 수 있고, 영농정착 초기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지원해 주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한씨는 치열한 경쟁 끝에 청년창업농 1기로 최종 선발돼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 콩밭 매는 아낙네는 옛말, 이젠 규모화! 기계화!로 승부

 그간 콩은 벼와 달리 마땅한 농기계가 없어서 재배가 어렵고 수확량도 적었다. 하지만 최근 콩 농사용 기계가 개발돼 콩 농사짓기가 쉬워지고 대량 재배로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게 됐다.

 한씨의 주 작목은 콩과 보리다. 정부 수매가 이뤄지고 있어 판로 걱정이 없고, 심고 수확하는 일 모두 기계화가 적용돼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소독이나 병충해 방제도 요샌 드론으로 한다. 여기에 정부정책적으로 논에 벼 대신 타 작물 심는 것을 장려하면서 각종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씨가 아버지와 둘이 짓는 콩의 실경작 면적만 2만7000평에 달한다. 공음을 비롯해 대산, 부안, 해리 등 곳곳에 한씨의 콩 밭이 있다.

 콩 농사가 쉬운 것 같아도 손이 많이 가는 농사다. 콩 심어 어린 싹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면 날짐승이 쪼아 먹어 남는 게 없다. 또 자랄 때, 잡초가 콩보다 먼저 자라면 잡초에 치여 잘 자라지 못한다. 풀한테 콩이 이기도록 초기에 풀 뽑는 일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콩이 어느 정도 자라면 두어 번 정도 순치기를 한다. 순치기는 콩농사에서 중요하다. 그냥 내버려두면 키가 너무 커 비바람에 쓰러지고, 씨알 맺히는 것이 시원찮아 수확량이 줄어든다. 병충해가 있어 소독도 여러 차례 해야한다.

 

# 초보농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참여로 노하우 익혀

 고창군은 ‘청년농업인의 연소득 1억이상 300세대 육성’을 목표로 다양한 청년농부 학습단체(청년벤처스, 4-H연합회, 후계낙농연구회, 후계한우연구회 등) 육성하고 있다.

 한씨도 영농기술을 배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청년창업농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지역의 젊은 청년 CEO들로 꾸려진 ‘고창청년벤처스’에도 가입해 대외협력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는 고창청년들과 함께 천년알곡 영농조합법인을 조직해 농창업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고창군농업기술센터 현행열 소장은 “영농승계를 위한 갈등관리(부모와 후계자녀 교실), 1:1 경영컨설팅, 재배기술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연계 지원 등 농업분야 취업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청년농들이 쉽게 적응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보 농민에게는 어려움이 많다. 노동력 투입이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고생 끝에 작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힘들여 심은 작물들이 싹을 틔우며 생명의 힘을 과시한다. 눈으로 확인하는 이 생명의 위대함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경이로움이다.

 
# ‘콩, 보리로 초코볼을?’_블루오션 개척

 -농촌진흥청 ‘청년농업인 경쟁력 향상 공모선정’

 한선웅씨는 ‘고창 콩과 보리를 이용한 초코볼 브랜드’ 사업을 추진중이다. 초콜릿의 단맛 뒤로 콩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콩 껍질을 벗기고 코팅을 했기 때문에 외관이 매끈할 뿐 아니라 이물감이 없고 식감이 우수하다. 여기에 동결건조로 바삭함을 더했다. 최근에는 콩에 초콜렛 코팅을 입힌 기존 제품에 새싹보리분말을 더한 웰빙식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최근 농촌진흥청의 ‘2021년 청년 경쟁력 향상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공모선정으로 한씨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시범 적용할 수 있는 영농기반 시설과 장비 구축에 대해 4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한선웅씨는 “모두가 외면하는 타작물 재배(콩, 보리 등)로 쉽게 농사 짓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역의 청년농부들과 울력해 농업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창=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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