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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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0.10.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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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에 대마초를 피웠음을 고백합니다. 미안해요. 엄마.” 2015년 공화당 대선후보 2차 토론회 당시 ‘모범생’ 이미지의 공화당 대선후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청년시절 대마초를 피운 일을 털어놨다. 젭 부시 뿐만이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묘한 화법의 대가답게 ‘대마초를 하긴 했지만 (깊게) 흡입하진 않았다’고 말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주, 종종 피워댔다’고 ‘쿨’하게 대마초 흡연을 인정했다. 1960년대 대마초와 장발로 상징되는 미국 히피 문화의 세례를 전직 대통령들도 피해가진 못했나 보다.

 대마초는 삼을 가공하여 피우거나 연기를 마시는 방법으로 흡입하는 마약의 일종이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업(up)계열’ 마약인 코카인, 메스암페타민과 달리 진정작용을 일으키는 ‘다운(down)계열’ 마약이라고 한다. 다른 마약이 논란의 여지없이 전 세계에서 금지되는 것과 달리 유독 대마초는 합법화 혹은 비범죄화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그래서 국가의 정책에 따라 처벌유무가 결정된다. 오락 목적으로 합법화 혹은 비범죄화가 된 나라는 미국의 일부 주, 캐나다, 서유럽의 일부 국가 등이다. 나머지 서유럽과 중남미 등은 의료목적으로 제한적 허용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11월 2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하면서 대마초의 의료용 사용이 합법화되었지만 여전히 오락 목적의 흡연은 처벌한다.

 대마초를 피우면 마치 만취한 듯 몽롱해지고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미각과 청각이 예민해져 예술가들의 영감을 얻는 목적에 이용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남자가 대학시절을 추억하며 개러지(garage)에서 대마초를 흡입하고 널브러져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대마초의 성질 때문에 옹호론자들은 술로 사고 치는 사람은 있어도 대마를 흡연한 사람은 조용히 누워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해약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담배의 니코틴에 비해 중독성이 적다고 한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대마가 불법이 된 정치적 배경과 역사에 대해 읊기도 한다. 그러나 형법과 마약류관리법 등의 취지와 같이 엄연히 사회적 법익을 해하는 죄로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8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오락용 대마초 판매와 사용을 주민투표를 통해 합법화했다. 대마 합법화로 캘리포니아 주의 대마 산업 규모가 5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었고, 실제 사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미국의 마약 문제는 대마와 같은 소프트 드럭이 아닌 코카인이나 메스암페타민, 아편 계열의 하드 드럭 약물의 오남용이 핵심이다.

 얼마 전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 4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전북도민일보 2020. 9. 28.자 기사 참조). 이들은 올해 2월경부터 자택 등지에서 대마초를 수차례 흡입했는데, 미국 유학생활 도중 대마초를 접했다고 한다. “얼마나 심심했겠어. 미국과 서울에서 살다가 ‘평화로운’ 전주에서 일하려니 말야.” “월가(wall street)에서 일했으면 코카인을 했겠지.” 기사를 접한 지인의 냉소에 농담으로 답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운용직은 전주로 기관이전이 결정된 2016년부터 매년 30여명씩 사표를 던지고 정원도 미달이라고 한다. 연봉이 민간대비 낮고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만 기관 소재지가 (가장 한국적인) 전주라 근무를 기피한다는 견해도 있다. LH를 경남에 빼앗기고 반대급부로 겨우 얻은 연금공단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상 국제금융도시는 시쳇말로 ‘약 빨고’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대마초 사건을 보면서 드는 씁쓸한 단상이다.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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