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명의 아이들, 아동학대, 그리고 대한민국
42명의 아이들, 아동학대, 그리고 대한민국
  • 정승규 전북군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
  • 승인 2020.10.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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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보호자인 친모가 부재한 사이 10살, 8살 형제가 화재로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현재 형제는 간신히 의식을 회복하였고 친모는 방임 행위로 이미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노력과 움직임은 과연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도에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건수는 41,389건이며 전년대비 36,417건과 비교하여 약 13.7% 정도 증가되었다. 매년 신고건수는 증가하며 해마다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신고접수 건수와 함께 눈여겨 볼 점은 2019년도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이 평균 3.81‰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수 6배, 면적 96배인 미국의 평균 발견율이 9‰인 것에 비교했을 때 우리 나라의 아동학대발견율 3.81‰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아동학대에 대한 노력과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아동보호체계 공공성 강화를 담은 정부의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에 이어 올해 10월, 개정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보호체계가 전면 개편됐다. 이제 공공에서 아동학대 신고접수와 현장조사를 수행하고, 민간에서 전문적인 사례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아동학대에 대한 책임강화와 전문성 강화 취지는 고무적이지만 현장에서는 먼저 해결됐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첫 번째, 아동보호체계 기반 확보이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8개소로 아동복지법 상 시·군·구에 1개소 이상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어야 한다는 법령이 있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1개소 당 평균 3개 내외 시군구를 관할하고 있다. 아동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중요하지만 현재 아동학대 방지 예산은 법무부의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이나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이루어지기 위해 아동학대 방지 예산이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로 전환되지 않은 이상, 국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효과적인 아동학대 사례관리를 위한 표준, 전문화된 아동학대 사례관리 방법 강구이다. 2020년 10월 01일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시작으로 아동학대조사 업무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담당하며 점차 전국에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동학대 사례관리는 민간이 담당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은 복합적인 문제와 가족 기능이 약화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정의 기능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표준적이고 전문화된 서비스 마련되어 있어야 하지만 공공 차원의 연구와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1996년부터 민간영역에서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수행한 ‘굿네이버스’는 2014년도부터 가족기능 회복과 효과적인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개발해 아동학대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효과적인 아동학대 사례관리를 위해서는 공공의 적극적인 연구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하여 표준, 전문적인 아동학대 사례관리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  

  작년 한 해 학대피해로 사망한‘42명의 아동’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는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사망하고 있고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42명의 사망한 아동들 또한 자연스럽게, 단순한 수치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아동들은 세상에 태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야 할 권리를 가진 존재이며 ‘우리의 아동’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아동’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 있는 움직임이 당장 필요한 때이다.
 

정승규 / 전북군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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