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대안을 고려한 수자원 관리
다양한 대안을 고려한 수자원 관리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0.10.15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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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만한 책이 없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중국 저자가 쓴 일생삼회(一生三會)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 것을 알았다.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를 만난다는 뜻인데, 대부분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책을 구입하진 않았지만, 제목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기회라는 것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이기에,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존재하며, 이는 지역 또는 국가사업의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시기에 내려지는 결정은 향후 지역과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에 대한 종합적 고려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라북도와 관련된 여러 일을 생각하다가 올해는 물과 관련된 많은 사업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물을 기반으로 살아가기에 물의 생물학적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지만, 이 외에도 수자원의 양적 질적 관리는 지역개발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부분 하천이 오염총량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지역 하천에 깨끗한 물이 얼마나 풍부하게 흐르는지는 가능한 개발활동의 범위까지 결정한다.

 전라북도에는 도내 대부분 지역에 마실 물과 용수를 공급하고 있어 양적, 질적 수자원 관리가 매우 중요한 용담호와 옥정호가 있다. 도내 여러 기관의 많은 노력 덕분에 두 저수지에는 양질의 물이 다량 저장되어 있지만, 금강과 섬진강의 하류에 위치하고 있는 대전?충남 및 전라남도에서는 두 저수지로부터 더 많은 물을 가져가기 위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갈등요소가 되고 있으며, 실제로 댐 설계 당시 전북에 배정하기로 되어있던 양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이 우리 도에 공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북 도민의 염원을 담고 30년간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실제 계획된 것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호내 개발이 진행중이며, 지속하는 내부 개발로 인해 호수 내부에서의 수질 개선 노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유입 하천인 만경, 동진강 유역의 오염원 저감 사업만 추진되었다. 수질 개선 방법에 대한 해묵은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새만금호 수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경강과 동진강은 각각 용담호와 옥정호의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두 하천의 수질관리, 그리고 더 나아가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용담호와 옥정호로부터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도내 여러 수자원의 관리는 수량 및 수질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수자원을 관리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추진되어 올해 마무리되는 2단계 새만금수질개선대책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새만금호의 수질 관리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 10년, 즉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국가 물관리 방향을 결정하는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하여 지역별 물 이용 공급 및 배분량을 결정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4단계 금강섬진강수계 수질오염총량관리제 기본계획(2021∼2030)이 수립되어, 주요 하천의 목표수질이 설정되고 시군별 개발 할당량 등이 산정 배분되게 된다. 특히 해수유통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이며, 그동안 대전?충청권 및 전라남도와 갈등을 빚어왔던 용담호와 옥정호 수자원의 분배량 또한 결정될 것이다.

 최근 대내외적 여건은 새만금 사업이나 도내 저수지 조성의 원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내부의 목소리이다. 최근 새만금호 해수유통에 관련된 논의에 도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해수유통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처럼 중요한 시점에 무조건적인 해수유통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단순히 ‘해수유통을 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슬로건 이상의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수유통시 현재의 내부개발은 계속해야 하는지, 기존 개발용지의 용도 변경은 필요한 것이며 각 용지에 대한 용수 공급은 어찌해야 하는지, 해수유통시 예상되는 용담호와 옥정호 물의 과도한 역외 유출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 수많은 잠재적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고려와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난 10년간 용담호 물을 더 가져가기 위해 충청권의 정관민이 하나 되어 움직이며 전라북도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무시되는 과정에서 전북 정치권의 움직임을 본 기억이 없다.

 해수유통은 새만금 수질개선 방안의 하나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상징적 구호로 해수유통을 주장하기보다는 대안까지 함께 제시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세대가 바뀔만큼 긴 시간인 30년을 기다렸는데 ‘일단 해수유통하고 앞으로 생각해봅시다’라는 식의 말은 듣고싶지 않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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