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복원과 과제
전라감영 복원과 과제
  • 장선일 전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20.10.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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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지방관청인 감영은 전주에 소재하는 전라감영을 비롯한 충주, 상주, 해주, 원주, 함흥 및 평양 등 총 7개로 분할되어 운영되었다.

 그중에서 전라감영은 세종실록에 나와 있듯이 전라도와 제주에 이르기까지 56개 현?군을 관할하던 관청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지닌 매우 유서 깊은 곳이다. 지금 전주의 전라감영 부지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관청자리였다는 유물이 출토되어 무려 1,300년 정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다른 감영과 달리 그 위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1951년 한국전쟁으로 전라감영의 선화당이 폭파되었고 다음해 전북도청이 들어서면서부터 감영을 이루고 있었던 약 40여개 동이 모조리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 1996년 전북도청 이전 계획이 확정되면서부터 전라감영 복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긴 세월 동안 수많은 논의 끝에 2017년 전북도청사를 철거하고 관련자들의 고증을 통해 선화당과 연신당 등 7개동이 올해 10월 7일에 복원되었다. 복원을 기념이라도 하듯이 10월 12일에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柱聯文)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원래 주련의 의미는 좋은 시나 문구를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두는 것을 말하는데, 선화당 기둥에 내건 주련은 세상을 구할 재주로 백성을 높이 여기라는 뜻의 ‘유경륜제세재석존창생(有經綸濟世才席尊蒼生)과 바르고 강직함으로 황금을 하찮은 풀로 보라라는 의미로 ‘이경개발속자개시황금(以耿介拔俗姿芥視黃金)이라 세기고 있다. 이러한 선화당의 주련은 당시 관청에 근무하는 관찰사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청렴을 강조하고 백성을 귀하게 여기라는 아주 의미심장한 뜻을 담고 있다.

 전라감영은 한때 동학군혁명의 뜻을 담긴 후 악몽의 일제치하에 크나큰 시련을 겪고 급기야 한국전쟁으로 폭파되어 70년 동안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이번 복원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전라감영의 복원은 단순히 건물의 복원만의 의미가 아닌 유구한 역사 속에 살아있는 전주의 자존에 대한 복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전주는 전라감영과 함께 조선왕조 기틀을 다진 경기전(慶基殿)과 그 주변에 어우러진 국내 최대의 실거주 한옥마을 그리고 풍남문(豊南門) 속의 소시민들의 장터, 여기에 풍패지관(豊沛之館)까지 이어지게 되어 명실상부한 전통문화유산의 거리로 재창조되어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전주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미래를 여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전주시는 전라감영 복원을 계기로 연간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과 풍패지관 등을 잇는 관광벨트를 구축하여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어떻게 무엇을 먼저 조성해야 하는 가에 달렸다. 전라감영 역시 서쪽 부지 등 2단계 복원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0만이 넘는 문화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정리정돈과 함께 주차 및 편의 시설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전주시는 한옥마을 운영에서 얻은 교훈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잠시 들려 가는 곳이 아닌 머물러서 보고 익히는 진정한 전통문화 관광도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현재 전라감영 북쪽의 웨딩거리는 주차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상인과 생활민 그리고 관광객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로 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차시실 확보가 먼저인데, 아직 이에 대한 추진계획이 미흡한 실정인 것 같다.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주시와 전북도, 지역주민들과 상인들 그리고 문화인들과 긴밀한 협의체를 만들어 실효성 있는 주변정리와 함께 그동안 숨겨져 있는 전통문화를 발굴하여 명실공히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명품전통문화의 거리로 만들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과제를 풀어가야만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현재 전라감영의 완전 개방을 추후로 미루고 있어 안타깝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역주민을 물론 모든 국민이 몸소 경험하면서 세계인에게 알려 전주의 자존과 자긍심이 널리 퍼져 나가길 소망해본다.

 장선일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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