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과 남성호르몬
대사증후군과 남성호르몬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0.10.13 16: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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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중년 남성들이 성기능 장애를 앓고 있지만 고민을 풀어놓을 데가 없어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전북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종관 교수가 최근 이같은 남성들의 말 못할 고민과 상담, 치료과정의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집 ‘99세까지 빵빵한 거시기를 기대하며’를 출간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로 30여 년 넘게 환자를 진료해 온 박 교수는 지난 2003년 ‘바지속이 행복한 사람들’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책의 내용 중 만성질환을 앓으면서 성기능 장애로 고민 중인 남성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대사증후군과 남성호르몬’ ‘만성신부전과 성기능’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비만은 성기능장애로 이어져

 40대 초반의 남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 복부둘레가 정상인의 2배는 돼 보였다. 천천히 살펴보니 그 환자의 얼굴은 젖먹이 어린아이처럼 피부가 얇고 투명해 빨간 물풍선의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심하게 달리기를 하고 난 후의 불그족족한 얼굴처럼 보였다. 몸은 전체적으로 매우 뚱뚱했고, 아랫배도 남산 만하게 올라와 있어 마치 분만을 곧 할 듯한 여인의 배처럼 보였다. 예전에 코미디언들이 시청자를 웃기려고 둥그런 공속에 자신의 몸을 꾸겨 넣고 걸음을 걷다 넘어져 힘들어하던 장면들이 눈앞에 선했다. 컴퓨터에 올라와 있는 그의 나이는 어이없게도 43세를 보이고 있었다. 외모는 그의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이는 셈이었다.

 환자의 기록을 보니 3년 전부터 당뇨가 있었으나 치료를 받지 않다가 최근 1년 전부터 증상이 심해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검사한 자료에서 당뇨가 350mg/dL(정상 110mg/이 이하)로 매우 높아 있었고, 중성지방이 450mg/dL(정상 200mg/이 이하)로 역시 매우 높았다. 남성호르몬은 0.7ng/mL(정상 2.5 ng/ml 이상)로 매우 낮아 대사증후군(이상혈당증가, 고지혈, 고혈압, 복부비만 등이 겹쳐서 나타나는 질환)과 남성호르몬 결핍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비만으로 생기는 대사증후군의 모든 합병증이 다 발생돼 있는 셈이었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남성갱년기가 오고 심혈관질환의 발생이 더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순간 머릿속을 지나갔다. 흔히 “옷을 벗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봤을 때 아랫배에 가려 자신의 성기가 보이지 않으면 발기가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것은 비만하면 합병증으로 남성호르몬이 결핍돼 성기능장애가 초래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남성처럼 호르몬의 양이 심하게 부족한 경우 치료를 해 주지 않으면 수면장애와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성기능장애 등의 발생으로 삶의 질이 아주 나빠지게 된다.

 
 ▲남성호르몬 부족은 대사증후군 초래

 최근 들어 생활습관이 바뀌어 운동이 부족하고 영양분의 섭취가 과도해 지면서 지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당뇨와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비만으로 인한 남성호르몬의 결핍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반대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비만을 주증상으로 하는 대사증후군이 발생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연구에 의하면 대사증후군이 서양보다는 조금 낮지만 성인인구의 30%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당뇨병도 남성호르몬이 충분해야 치료가 잘 된다. 역으로 당뇨가 오랫동안 지속돼도 남성호르몬 결핍이 생겨 어쩌면 두 질환은 서로 공생관계에 있는 병인지도 모른다.
 

 ▲남성호르몬 투약 효과 없다면 발기부전 치료제 투여로

 6주 후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좀 어떠세요?”라고 하니까 “기가 막힐 정도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뱃살도 조금 줄어든 것 같고, 당도 조절이 잘돼 기분이 날아갈 듯 합니다. 그동안 우울했던 기분도 많이 개선이 됐고, 동틀녘이 돼도 꿈쩍 않던 발기력도 조금은 향상돼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볼라치면 약하지만 살아있음을 보여주곤 합니다”라고 했다. 다행이다. 대부분의 당뇨병환자는 혈당조절이 안되고 시간이 오래되면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더라도 성기능이 쉽사리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환자는 약하지만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관계를 해 보셨어요?”라고 하자 “아직 그 정도는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혈액검사 처방을 통해 주사 후 얼마나 개선이 됐는지 혈액속의 남성호르몬을 측정해 보기로 했다. 12주 후 그의 성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될지 모르지만 회복이 되지 않으면 요즘 흔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같이 투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만성신부전과 성기능

 또 한번은 52세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이 찾아왔다. 불철주야 회사를 운영하느라 자신의 건강을 전혀 돌볼 수 없었던 그는 3년 전 신장이 매우 나쁘니 신장투석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할 일이 엄청 많은 자신에게 남들만이 앓을 것 같은 무지막지한 질병이 찾아오리라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으며 그 때까지만 해도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장담을 했던 그였다. 그러나 당시 자신이 복막에 튜브를 설치하고 매일 그 관을 통해서 약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일을 한다는 것 역시 전혀 받아들일 수 없어 며칠을 목 놓아 울었다고 했다. 그러나 마냥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신장내과 교수가 제안한 방법으로 신장투석을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어느 정도 치료법에 적응을 하게 됐고, 검은 구릿빛으로 변해있던 그의 얼굴색이 조금은 밝아진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동안 조금씩 나빠졌던 발기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돼 새벽에 ‘불끈불끈’ 용솟음쳤던 그의 성기가 이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 그저 신체의 일부로 돼 버렸다는 것이었다.
 

 ▲박종관 교수 “만성신부전 환자도 경구용 발기부전치료 가능”

 일반적으로 만성신부전에 빠지면 체내에 독소들이 쌓이고, 프로락틴(여성의 유즙분비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해 성욕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발기부전이 오게 됩니다.

 발생 정도는 환자에 따라 다르나 신부전환자의 40-90%에서 생기며 발기부전과 더불어 성욕이 감소돼 발기부전의 상태는 더 나빠집니다.

 신체 내에서 대사된 독소들과 약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라 약물을 복용하는데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대개는 시중에서 흔하게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레비트라, 비아그라, 씨알리스, 엠빅스, 자이데나)조차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전혀 입에도 대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합니다.

 하지만 신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낮추는 약물 중에 질산염제재만 없다면 효과적인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소량부터 사용할 수 있고 약물에 반응이 없을 때는 주사나 수술을 받음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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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2021-08-10 11: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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