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 추진 학생선수 인권실태조사, 학생 신분 노출 2차 피해 논란
전북도교육청 추진 학생선수 인권실태조사, 학생 신분 노출 2차 피해 논란
  • 이휘빈, 양병웅 기자
  • 승인 2020.10.11 11:16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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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보장해야할 도교육청·확교가 신분노출

전북도교육청이 추진한 학생선수 인권실태 조사 과정에서 ‘술을 먹고 온 감독교사가 숙소에서 동료 선수를 폭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전주시내 한 고등학교 운동부 학생의 신분이 사실상 노출,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도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신분노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선수 인권실태 조사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4일까지 실시됐다.

 이 실태조사는 소속팀에서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故) 최숙현 선수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체육계 고질적인 폭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A군도 이 실태조사에서 ‘지난 1월 하순께 숙소에서 술을 먹고 온 감독교사가 동료 선수를 폭행한 것을 봤다’라는 내용을 적었다.

 도교육청은 공문과 함께 A학생의 실태조사 답변서를 해당 학교에 보냈고 이 과정에서 A학생의 신분이 사실상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도교육청의 통보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교사가 피해 학생을 포함한 운동부 선수들을 소집해 일일이 면담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소집한 해당 학년 부원들은 구조상 소수인원인데다 익명처리한 설문조사 내용을 감독이 읽었기에 운동부의 구조상 제보한 학생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A학생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자 학교측은 감독교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운동부 감독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피해 학생 A군은 “감독교사가 면담을 하자고 했을때는 ‘안썼다’고 대답했지만 당시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술렁거려서 이미 감독교사도 누가 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주칠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A군의 학부모도 “익명성이 보장돼야 할 학생선수 인권실태 조사가 오히려 아이에게 2차 피해까지 우려돼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도교육청과 학교측에 해당 감독교사와의 분리 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는 “학교 체육 폭력을 바로잡겠다고 도교육청이 인권실태조사를 해놓고 오히려 솔직하게 응한 학생만 곤란하고 불안한 상황에 처했다”며 “다른 운동부 학생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학교로 해당 감독교사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잘못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보낸 공문은 실태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지만 설문 작성자 이름은 가려서 보냈다”고 밝혔다.

 감독교사 B씨는 “지난 1월 하순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성적이 안좋아서 앞으로는 잘하라는 차원에서 숙소에 들렀는데 당시 상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설문조사 공문은 체육부로 와서 우연히 보게 됐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물어보기 위해 아이들과 면담을 했으며 학교측의 경고 및 접근금지 처분에 따라 수시원서 쓸 때를 제외하고는 아이들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감독교사가 열정이 앞서고 평소에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교장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재발 방지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전주교육지원청과 협의해 추가적인 인권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양병웅·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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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모르겠다 2020-10-23 14:50:42
감독은 3개월 쉬고 학생은 30년 인생이 바뀌네요
신분 노출된 학생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이닦고휴식모드 2020-10-23 14:42:15
학교와 교육청의 철저한 수사 요청합니다!!!
아닙니다. 2020-10-20 18:20:37
술마시고 숙소에서 학생 폭행했는데 고작 운동부 관리 3개월 정지면 교사 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민원인이 졸업할때까지만 조용히 넘어가려는거 이게 제대로된 징계인가요?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서 사건을 축소 또는 무마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네요!
나이야가라 2020-10-15 21:51:51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확실한 수사 바랍니다
가을 2020-10-15 18:24:54
감독 철저히 수사하고 구속하라!!!
너무 분하고 화가나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