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누가 책임지나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누가 책임지나
  •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
  • 승인 2020.10.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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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 구축 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는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10대 대표 과제 중 ‘지능형 정부 전환’에 포함된 내용이다. 오는 2021년 연구용역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원스톱 비대면 거래로 바꾸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기술) 등을 통해 실제 각 세대를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은 1백만 부동산중개 분야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구와 벌집을 쑤신것처럼 공인중개사 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 부처 어느 한곳도 나서서 책임지거나 명쾌하게 해명하는 곳도 없다. 국토부와 기재부, 과기정통부 등 관련부처에서는 ‘금시초문’, ‘모르는 내용’,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이게 정부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개사없는 부동산 거래 가당키나 한가
  

  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사업은 한마디로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거래 사기방지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정에 밝은 개업 공인중개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현장 실사가 필수적이다.

 날이 갈수록 지능화 되는 부동산 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천태만상의 다양성에 맞춤식으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로 숙성된 노하우와 현장 실사 확인을 갖춘 검증과 안내의 전문성등이 요구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치솟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한풀이하듯 희생양 삼아 책임을 전가하면서 환심을 얻으려는 흑심마저 엿보인다. 일부 선동가와 홍위병들이 합세하여 짝짜꿍으로 세몰이로 이끌려는 양태도 보인다. 중개사 잡아서 집값이 잡힐 것 같았으면 백번도 더 잡혔다. 어려울수록 근본과 필수를 중시해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한다면 개악을 넘어 실격이 된다. 일의 순리가 그렇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는 일에 비해 중개수수료가 높다고요?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군중심리로 광풍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의가 병을 진단하는 안목을 갖추는 데는 각고의 노력과 지난한 과정이 켜켜이 축적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짧은 진찰시간만 보고 편안한 일로 치부한다거나 엔진소리로 쉽게 고장을 찾아내는 장인의 숙련도를 그저 큰 노력 없이 얻어진 것으로 격하하고 경시해서는 안된다. 공인중개사 또한 국가주관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진입장벽이 있어 직업 보호를 받으며 개업이 가능하기에 전문직으로 위상은 충분하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질지 모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알바 같은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중개사를 찾는 이유는 일반인이 해결할 수 없는 전문성을 믿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의 과잉 배출로 폐업자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계약은 적고 상대적으로 중개사가 많으니 과잉 경쟁 속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상 수수료는 하락하게 되어 있다. 중개사들이 폭리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와 ‘수수료 쟁점화’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 될 수 없다.최근의 집값 급등 문제는 적어도 중개사만큼은 직접적인 원인도 아니고 원흉도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의 중개사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은 백지화 되어야 한다. 냉정하게 실사구시로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막대한 국민들의 재산권이 걸린 부동산 거래가 잘못되어 거래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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