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바로티 김호중과 아리스 팬덤의 기적
트바로티 김호중과 아리스 팬덤의 기적
  • 정영신 전북소설가협회회장
  • 승인 2020.10.0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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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차다. 추분(秋分)이 지나고 한로(寒露)가 오니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다. 5일간의 추석연휴가 끝났다. 그리고 다시 한글날에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가 더 남아 있다. 이처럼 황금 같은 연휴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너무 깊다. 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전 인류를 위협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이 바이러스 때문에 부모형제, 친인척, 친구들이 추석명절에도 서로 만나지를 못하고 거리를 두고 그저 전화로 안부나 물으면서 비대면으로 형식적인 소통을 했다. 우리 모두가 이상한 우주의 한 행성에서 행해지는 공상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지난겨울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된 아직 백신도 없는 이 병이 봄, 여름, 그리고 가을, 벌써 10월이니 너무도 길게 우리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너무 길다. 한두 달에 다 끝날 줄 알았다.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다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계절이 어느새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더 위협적으로 신규 확진자수가 세자릿수를 넘나들며 너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다들 지쳐가고 있다. 매달 급여를 받는 직장인을 제외하고 음식점이나 노래방 등의 자영업자들은 이제 당연한 코로나19의 피해자가 되어 하루하루 죽음을 맞이하듯 생명줄인 가게 문을 닫으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원성을 높일 수가 없다.

 그 쓸쓸하고 우울한 추석연휴에 답답하고 서글픈 우리 국민을 잠시나마 위로해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대중음악, 대중가수 가황 나훈아와 트바로티 김호중이다. 긴 추석연휴지만 차례나 성묘 등 가족모임이나 친인척들과 함께하던 명절의 공동 행사가 다 취소되었으니 연휴 중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 다들 집에서 TV를 보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가까운 산이나 바다를 찾거나 밀린 일들을 처리하며 각자들 연휴 시간을 보냈다. 나도 오랜만에 영화관에 찾아갔다. 처음에는 밀폐된 공간이어서 두렵기도 했지만, 방역이 철저히 준비되었다고 해서 믿고 근처 영화관을 찾아갔다. 뉴스에서 보여 준대로 방역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담당자가 영화관 입구에서부터 한 사람씩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하게 했다. 실내에 들어서니 이미 상영 전 몇 번의 소독이 이루어졌고, 한 칸 건너 의자마다 ‘거리두기’라고 쓰인 노란 줄이 매달려 있어서 제대로 띄어 앉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마스크를 쓴 채 영화를 관람했다.

 지방에 살다보니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 콘서트 공연실황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니 꼭 보고 싶었다. 김호중 공연 실황 영화는 전국 100여 개 스크린X 영화관에서만 상영한다. 김호중은 미스터트롯으로 유명해진 성악과 트로트 등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하는 가창력 최고의 가수이다. 지금은 군복무 중인데 그 짧은 기간에 생애 첫 앨범을 만들어서 53만장이라는 기적 같은 판매 기록을 세웠고. 지금 ‘그대 고맙소’라는 이 공연실황 영화도 먼저 상영한 세계적인 탑 아이돌 가수 BTS 방탄소년단과 1위 2위 경쟁을 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정면스크린과 좌우 양면까지 270도로 빙 돌며 가수의 공연장면이 손을 내밀면 만져질 듯 가수가 노래를 부르다가 관객석으로 다가올 듯이 생생하고 웅장하게 펼쳐졌다. 8K 고화질의 선명한 영상미, 그리고 그날 KBS 아레나 홀을 가득 채웠던 1,500명에 이르는 진팬 ‘아리스’들의 보랏빛 응원봉 불빛들이, 가수의 노래에 맞추어 너무도 환상적으로 반짝였다. 작년에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공연장면을 영화화한 ‘보헤미안 랩소디’도 무척 감동적으로 관람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성악가 출신 트바로티 김호중의 공연실황 영화는 그 화질과 영상미, 사운드가 비교도 안될 만큼 훨씬 더 기술적으로도 월등했다. 내용도 너무 감동적이어서 보는 내내 울컥울컥 눈물이 고였다. 공연 전 의상 등을 준비하며 설레는 모습, 대기실에서 관람석을 채워가는 팬들을 감격스러워 하며 바라보는 모습, 수천 번의 성악 공연으로 완성된 섬세한 손짓, 몸짓, 시선처리 등 고품격의 매혹적인 무대매너, 그의 음악을 향한 올곧은 열정과 팬을 향한 애정, 그리고 진심이 담긴 고마움의 표현 등, 모든 것들이 잘 조화된 최고의 공연실황 영화였다. 10대의 우상인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 BTS 방탄소년단에 이어 5060,7080세대가 광팬으로 팬덤이 되어 감동할만한 공연장면, 스토리, 사운드, 화상도 등 모든 면에서 흠을 잡을 수 없는 최고의 공연실황 영화였다.

 지난달 29일 개봉되어 2주일에 접어든 트바로티 김호중의 공연실황 영화 ‘그대 고맙소’는 스크린X관의 고화질 등의 특별한 상영조건 때문에 고액의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스타 BTX 방탄소년단의 공연실황 영화가 누적 관객수 30만이었는데, 김호중의 ‘그대 고맙소’도 예매율 1위 기록에 이제 2주차에 벌써 누적 관객 6만 6천명이라는 기적 같은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것은 60대 70대 심지어 80대 90대의 우리 어머니들이 불후한 가정에서 고난과 역경, 그 많은 실패의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가는 아들 같은, 손자 같은 한 젊은 청년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만든 효과이다. 또한 그들이 주로 참여한 약 9만 명에 이르는 ‘막강 팬덤’, ‘고품격 팬덤’ ‘아리스’의 영향력과 김호중 가수의 팬사랑이 만든 기적 같은 결과이다. 이제 한 가수를 향한 적극적인 팬덤 문화는 10대 20대의 아이돌 가수의 전유 문화가 아니다. 트바로티 김호중의 노래를 듣고 암의 고통을 잊고, 우울증이 사라지고 삶의 활력이 생겼다는 많은 중년너머 80대 90대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팬이 되어 위안을 받고 그 가수를 위해 젊은이 못지않은 적극적인 팬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도 뮤직닥터로서 치유의 노래를 불러주고 위로가 되어 주고 있는 트바로티 김호중 가수의 음악활동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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