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에 충실하고 픈 삶…김영 시인이 쫓는 ‘파이디아’
본능에 충실하고 픈 삶…김영 시인이 쫓는 ‘파이디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0.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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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감’, ‘국지성 불안’, ‘고요에 닿는 법’, 자발적 기억상실’, ‘사물들의 본적’, 태평양 한 칸’, ‘저녁이 만지작거리는 기억들’, ‘변방의 발’ …….

 김영 시인의 시적 개성과 독자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시편들이 담겨진 시집이 나왔다. 시인은 제목만으로도 독자를 매혹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게 김영 시인의 매력이다. 나무처럼 생각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명랑한 시어로 희열을 선물한다.

‘2020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도서로 빛을 보게된 시집 ‘파이디아(한국문연·1만원)는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독특한 상상력과 시의식을 발산하고 있는 이번 시집은 한편 한편을 아껴서 읽고 싶을 정도로 그 시적 완성도와 매력이 넘친다는 평가인 것. 김 시인이 이번 시집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동안 시작 활동을 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까지도 보태졌다.

 이번 시집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시적 사유와 상상력에서 압도적인 아우라를 분출한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놀이라는 뜻을 지닌 ‘파이디아’라는 작품을 세 편 발표하고 있는데,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어느덧 통제되지 않는 그 에너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된다.

 ‘ 파이디아(paidia)’란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이는 아이들의 소란스럽고 즉흥적인 놀이를 의미한다. 그 어원은 ‘어린이다운 것을 나타내는 놀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다. 즉흥적이고 불규칙하면서도 명확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언어와 이성 이전의 잠재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놀이의 원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삶은 곧 놀이다. 그런데 그 놀이가 만만치 않다. 매 순간 다양한 변주와 대립이 있고, 동전의 앞뒷면처럼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된다. 결국, 흐르거나 머무는 일이 반복되는 “끈질긴 놀이”인 것이다. 그렇게 본능에 충실하고자 했던 시적 주체는 ‘사막’에 도달하며 여물어가게 된다. 시인은 ‘사막’이라는 것이 상징과 은유의 터전으로서 근원적으로 문학적인 공간일 수 있는 이유를 작품으로 명백하게 증명해 보인다.

 시인이 발견한 ‘사막’은 세상의 모든 대상들로부터 얽매이지 않는 곳, 모든 것을 리셋할 수 있는 곳,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곳이다. 그 곳을 발견하기까지 오래 걸었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사물의 근원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언어의 세계, 그리고 파이디아라는 흐르고 머무는 놀이의 세계를 거쳐 사막이라는 실재계에 도달한 시인의 시의식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태도에 도달하였다”며 “독자들에게 이 시집은 ‘사막’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 놀라운 사유의 응축을 보여준 시집으로 기억될 것이다”고 평했다.

 김영 시인은 1996년 시집 ‘눈 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다시 길눈 뜨다’, ‘나비편지’, ‘수평에 들다’를 발간했으며, 수필집으로 ‘쥐코밥상’외 2권을 냈다. 다수의 위인동화도 집필했다. 현재 김제예총 회장, 전북예총 부회장, 한국문협 이사, 전북문협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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