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갑(甲)질, 좋은 갑(甲)질
나쁜 갑(甲)질, 좋은 갑(甲)질
  • 한창술(韓昌述) 서부지방산림청장
  • 승인 2020.10.0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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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술 서부지방산림청장
한창술 서부지방산림청장

요즘 뉴스를 보면 갑질에 관한 기사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온다. 아파트 주민들과 경비원, 대기업과 하청업체, 직장 내 상사와 부하직원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갑질 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산림청에서 30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나도 뉴스를 보고 보도 내용을 읽어보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우리 기관은 어떨까? 우리 기관은 갑질과 무관한 기관일까? 도대체 갑질은 무엇이기에 이렇게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사이를 어지럽히는 것일까?

 갑질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갑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 번째를 이르는 것으로 언제나 그 위치는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사회관계도 그런 것이다. 언제까지고 내가 갑에 위치에 그렇다고 을에 위치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청년이 백화점 시설관리직에 면접을 보러 면접장에 갔다. 갑의 위치에 있는 면접관이 그 청년에게만 학력을 이유로 까다로운 질문을 쏟아내고 비아냥댔다. 청년은 본인이 면접에 떨어졌음을 직감하고 면접장을 나가면서 면접관에게 한마디를 한다. “기억해 두세요. 이 문을 나서는 순간 저는 여기 백화점의 고객입니다.” 그렇다. 이렇듯 우리는 항상 “갑”일 수도”을” 일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나쁜 갑들만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충분히 좋은 갑질도 많이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지금, 건물주들이 세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대료를 낮춰주고, 한여름 경비실에서 근무하시는 경비원분들이 더위에 지치실까, 마을주민들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놓아드리며, 고생하는 택배 기사님들을 위하여 간식과 시원한 음료를 준비해 드리는 등의 좋은 “갑”질 들도 비록 나쁜 “갑”질이 훨씬 많지마는 가끔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젊은 날의 나의 공직생활과 지금을 비교해보니 무언가 명료해진다. 젊었을 때 나는 누구보다 빨리 사무실에 출근하여 상사님들의 자리를 청소하고 식당에 가면 서둘러 숟가락, 젓가락 물컵 세팅하고 직장상사가 퇴근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퇴근을 일이 없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데 생각해보니 젊은 사람들에게는 “갑”질 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생각해보면 나보다 약자에게는 갑질일 수도 있겠다”라는 것 말이다.

 이렇듯 “갑”질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본인이 갑의 위치라는 것을 알고 하는 나쁜“갑”질, “을”을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좋은“갑”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무심한“갑”질 등 말이다.

 내가 모르고 행하는 무심한“갑”질을 오늘부터라도 찾아보고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매체와 보도자료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갑질 사례가 전파되고 교육되어 나쁜“갑”질이 없어지길 바라며, 하루라도 빨리 좋은 “갑”질 사례가 매스컴을 도배하고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창술(韓昌述) 서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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