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전주총국 ‘할미넴’ 국제 에미상 결선 진출 쾌커
KBS전주총국 ‘할미넴’ 국제 에미상 결선 진출 쾌커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10.0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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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회 국제 에미상 ‘다큐부문’ 맹남주·허유리PD作 ‘할미넴’ 결선 진출
랩 배우는 4명의 순창 할머니 이야기…후보작 4개 중 아시아 유일

한국사회가 오랫동안 여성에게 요구해왔던 것은 ‘순종’, ‘헌신’ ‘침묵’이었다. 70여년 만에 오로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오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목청껏 외쳐본 할머니들은 끝내 눈물을 훔쳤다.

KBS전주총국이 제작한 휴먼다큐 ‘할미넴(맹남주·허유리 PD 作)’이 미국 국제TV과학예술기구가 주관하는 ‘제48회 국제에미상’후보작으로 올랐다.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을 총괄한 맹남주 PD와 현장에서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연출을 맡은 허유리 PD가 합심해 만든 작품이다. 2천여만 원의 예산으로 4개월간의 제작기를 거쳐 완성된 ‘할미넴’은 ‘랩 배우는 4명의 순창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허 PD는 “서울에서 래퍼로 활동하다 고향인 순창으로 돌아온 한 청년이 할머니들에게 힙합을 가르쳐 준다는 소식을 듣고 기획하게 됐다”며 “‘랩’과 ‘할머니’라는 키워드 자체가 신선해 기존과 다른 다큐멘터리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말을 해야하는 ‘랩’ 특성상 평균 70.2세 할머니들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자신의 삶을 녹여낸 가사를 직접 쓰고, 외워서 박자에 맞춰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을 터.

그 중 한 할머니는 갑자기 수업에 나오지 않아 제작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알고 보니 ‘호랑이 남편’이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 할머니는 호랑이 남편이 “‘여자가 밥이나 하고 일이나 할 것이지. 무슨 랩이냐’고 타박해 못 나가게 됐다”는 말만 뒤로한 채 연락이 끊겼다.

허 PD는 “여전히 할머니들은 과거에 머물러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며 “4명이 완전체였는데 시간은 없고 큰일이다 싶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 할머니는 파자마 바람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곧 있을 순창군에서 하는 ‘노인 장기자랑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허 PD는 “처음으로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할머니를 보고 내심 기쁘고 반가워 안아드렸다”며 “그 후에 4명의 할머니들은 당당히 집안일, 농삿일은 제쳐두고 오로지 랩 연습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전통 휴먼다큐가 아닌 뮤직비디오 형식의 ‘할미넴’은 이제 전 세계에서 출품된 다큐멘터리 작품 3개와 경쟁을 앞두고 있다.

허 PD는 “후보에 오른 것 많으로도 매우 영광이다”며 “우리에게 당연한 존재였던 어머니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공감을 샀던 것 같다”고 말했다.

KBS 휴먼다큐‘할미넴’은 6일 오후 7시 40분에 KBS1TV에서 재방송된다.

국제 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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