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나비결점(Butterfly Defect)
세계화의 나비결점(Butterfly Defect)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0.05 16: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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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미세한 변화 또는 사소한 행위가 발단이 되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Edward Norton Loren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원리이다. 날씨 예측이 힘든 이유가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이 원리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된다.

 ‘나비결점(Butterfly Defect)’은 2014년 영국 옥스퍼드대 이안 골딘(Ian Goldin) 교수와 루벤대 교수인 마이크 마리아타산(Mike Mariathasan) 교수가 자신들의 공저 제목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저자들은 “요즘처럼 사회 각 분야가 ‘초(超) 연결 사회(hyperconnected world)’에서는 작은 충격이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그 작은 충격을 나비결점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교통, 통신, 금융, 제조, 인터넷 등의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하고 통합되면서 세계화, 도시화, 집중화, 디지털화가 시스템적으로 발달해 가고 있다. 세계화는 상품, 서비스, 금융, 사람, 정보, 기술 및 문화가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말한다. 세계화는 다차원적이며 다양한 분야 간의 연결과 교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화는 개인 및 지역, 국가 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국경 밖에서 일어난 일도 매일같이 개인이나 지역, 국가에 영향을 준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화, 상품이나 집, 가전제품 등도 사물인터넷에 의해 연결되고 있다.

 글로벌 연결을 통한 통합은 세계 경제성장과 생활 및 건강 개선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호의존성이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연결은 복잡하고 불투명할 때도 있어서 개인이나 지역,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상호의존성이 증가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할 수 없고 가끔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스템적인 결함이 발생한다. 국가간의 분쟁으로 인한 희토류 수출 규제, 반도체 수출 제한, 전염병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제조업 중단, 부품이나 시스템 결합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이나 증권거래소의 정지, 디지털화에 따른 사이버 사기나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통합이 증가함에 따라 금융위기, 전염병 및 기타 복잡한 연쇄위험의 경우 위험의 근본원인 및 전파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전에는 단일 국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전염병의 경우 일차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대처한다. 그런 뒤에 그 여파가 점점 퍼져나가는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에서 보았던 것처럼 글로벌 통합시대에는 코로나 19에 감염된 승객이 중국 우한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을 가고 이로 인해 유럽에 코로나 19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이제는 평균 두 번의 비행기 여행이면 전 세계에 유행병이 확산한다. 이러한 유행병을 피하기 위해 전 세계 인구의 75%가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세 번의 비행기 여행 이후에는 글로벌 백신 접종이 필요하게 된다.

 전염병 감염의 위험 패턴은 경제 및 인프라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인터넷 연결을 침범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불이행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하였다.?공항허브, 글로벌 금융센터와 같은 경쟁력을 갖춘 세계화 상품이 이제는 나쁜 확산의 슈퍼 전파자가 되기도 한다.?이것이 세계화의 “나비결점”이다. 세계화는 여러 분야의 시스템이 고도로 상호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스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시스템 위험이 무서운 이유는 개별 부품의 고장이 전체 시스템의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의 결과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치인, 기업가, 시민 등이 ‘낮은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한곳에서의 작은 행동이 빠르게 확산하여 글로벌 효과를 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비용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우리 앞에는 전염병, 불평등, 빈곤 및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위협이 놓여져 있다. 유엔, IMF, 세계은행, 마샬 플랜, 복지국가는 모두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만들어졌던 것처럼 위기가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칸막이나 끼리끼리가 아닌 소통이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개인 수준의 행동뿐 아니라 국가 간의 국제협력은 필수적이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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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8-18 10:40:30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를 예견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