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경고
코로나바이러스 경고
  • 김동수 시인
  • 승인 2020.10.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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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에서 일어난 세계 3차 대전은 자연과 인간의 전쟁이었다.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그것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까지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가 2,335만 명이며, 그중 80만7,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지역 간 전쟁이나 다툼도 중지되었다. 세계 곳곳을 누비고 몰려다니던 여행객들이 줄고 온 지구촌 사람들이 마스크를 둘러쓰고 좀비들처럼 약국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

 종교계에선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포기했고, 학교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수업으로 개학을 맞았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권장했고, 소상공인들은 임시 휴업을 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우리네 삶의 패턴을 뒤바꾸어 놓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의 소통과 업무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니 속도와 경쟁으로 치닫던 치열한 생존경쟁의 와중에서 잠시 멈추어 스스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나고 속도를 재촉하며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에게 이제 좀 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또 하나의 교훈은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실종되어 가고 있던 상대에 대한 배려, 그것에 대한 일깨움이다. 마스크 착용은 자신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시민정신의 실종은 공동체 붕괴를 초래하는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에 다름 아님을 그간 신천지와 광화문 종교 집회를 통해 다시 배우게 되었다.

 인간들의 왕래가 줄어들고 공장들이 멈추니 지구가 되살아났다. 끊임없이 오염되고 위협받던 생태계에 모처럼 숨통이 트여 공기가 깨끗해졌다고 한다. 지난여름 유럽우주국(ESA)이 촬영한 지구의 대기상황을 보니 인류의 활동이 멈추면서 이산화질소의 배출이 급격히 감소, 지구촌이 모처럼 청정해졌다고 한다.

 그동안 인간들은 문명과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했고, 자본과 속도의 경쟁으로 사람과 사람, 인종과 인종, 국가와 국가 간의 차별을 가져왔다. 이러한 인류의 오만과 무지에 내린 코로나의 경고는 신분, 나이, 인종, 성별, 직업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강대국과 약소국, 부자와 빈자가 자연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엄숙하게 깨우쳐 주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여가와 소비, 문화 등에는 많은 비용을 써 왔다. 그러면서도 막상 건강 투자에는 소홀했다. 국가와 사회, 특히 건강공동체적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인식 부족이 부족했다. 아직도 우리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화학물질에 오염된 음료수를 즐겨 마시면서 조악한 먹거리와 밀폐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 코로나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 대한 경고이다. 그 어떤 군사력과 경제력도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중 4분의 1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문명국가라 일컫는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인류의 대재앙 코로나, 아니 자연의 대재앙 코로나.

 자연과 인간, 이웃과 이웃이 결코 다르지 않고 하나로 연동하여 있음을 전 지구인들에게 묵시적으로 깨우쳐 주고 있다.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에는 코로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박쥐처럼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밀집되어 생활하고 있는 도시민들에게는 코로나가 찾아온다. 사람들은 이러한 코로나를 인류의 거대한 재앙으로 보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의 침공이 지구촌 환경에는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공기가 맑아지고 생태계가 조금씩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밀집된 공간에서 벗어나 가능하면 ‘자연과 가까이하라는 메시지’다, 그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 매몰되어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는 인류에게 코로나가 찾아왔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동체 인식. 그리하여 자연(神) 앞에 좀더 겸손하라고 코로나가 우리를 깨우쳐 주고 있다.

 김동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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