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차례와 성묘
비대면 시대의 차례와 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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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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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성묘하며 극진히 조상을 모시는 나라는 세상에서 우리나라가 으뜸이다.

▼ 이처럼 조상열(祖上熱)이 매우 강한 나라는 대체로 불교 문화권이다. 기독교 문화권과 이슬람교 문화권에서는 조상열이 여리다. 게르만 민족인 독일에서만은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동짓(冬至)날에 조상의 영혼이 집을 찾아온다 해서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과 와인 등으로 상차림하고 경건하게 기다린다고 한다.

▼ 일본에서는 정초와 백중날(7월 15일) 등 일 년에 4차례에 걸쳐 조상을 모시는데 우리나라는 추석에 차례와 성묘를 하는 등 여섯 차례로 세상에서 가장 조상을 극진히 모시는 민족이다. 차례는 불교 의식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인 듯하다. 불교 문헌에 따르면 차례(茶禮)란 한솥 단지에 차(茶)를 끓여 먼저 부처님에게 바치고 공양드리는 모든 사람과 함께 이 차를 나눠 마심으로써 서로 동질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두고 있다. 또 주지 스님, 수좌, 행자, 신자도 한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며 이질 요소를 동질화시키는 일심동체의 의례를 차례라 한다고 했다.

▼ 이 차례가 조상의 제사 의식에 도입되어 조상 영혼과 후손을 융합시키고 또 가족 친척을 일심동체로 결속시키는 의식으로 정착한 것이다. 차례를 올리는 차에서 술로 바뀐 것은 아마도 우리 민족의 조상 영혼들은 차보다 술을 더 좋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우리 명절 차례의 깊은 뜻은 조상을 매체로 하여 멀리 떨어져 살면서 이질화되기는 일가친척을 동질화시키는 한국적인 인간 철학이 담겨있는 효(孝)의 의식이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 요즘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재앙으로 "언텍트(비대면) 한가위"를 맞으면서 영상을 통해 차례와 성묘를 하는 희한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 두기가 곧 효가 된 세상이다. 정부가 현재 상황을 전쟁에 준하는 사태로 보고 고향 방문 자제 등을 당부하면서 생긴 우리 일상의 변화다. 조상과 후손을 그리고 가족 친척을 동질화시키는 차례와 성묘의 미풍양속이 비대면 시대를 살면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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