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세계질서 전망과 한반도”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세계질서 전망과 한반도”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9.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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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한·미 동맹의 대전제 아래 중국과 우호 유지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되, 한반도 문제는 미·중이 상호협력하도록 지혜를 짜내야합니다.”

 윤 전 정관은 지난 24일 전주 JS 호텔에서 열린 본보가 주관하는 비전창조 아카데미에 참석,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세계질서 전망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의는 하반기 비전창조 아카데미 3주차 강의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진행됐다.

 먼저 윤 전 장관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는 물론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며 “이러한 비상 상황 속에서 세상은 지금 어디까지 와있고 어디로 향해 나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중요 흐름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미국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내부 경제 불평등 심화와 미·중 경제력 간 격차 감소로 인한 갈등이다.

 더불어 코로나19 여파가 두 가지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미국의 소득 불평등 추이를 살펴보면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 추진된 1980년대 이후부터 미국 상위 10% 소득 비율이 50% 수준까지 올라오며 소득 불평등이 악화됐다”며 “2000년대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분노는 쌓여만 갔고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자 정치는 양극화됐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트럼프가 당선되는 등 각국의 포퓰리즘 정치가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 정치가들은 자국 내 불평등 문제 치유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했고 이는 해외에서 적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리더 역할 대신 미국우선주의, 보호무역, 반중 노선을 타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코로나19가 미국 정치·경제 끼친 영향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경제 불평등을 극명하게 노출시키고 있다”며 “올 4월 기준 미국 하위 소득자의 53%가 주택 임대료 지급 불능 상태이고 흑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0만명 당 37.2명으로 백인(14.3명)보다 2.6배 높다. 코로나19는 이처럼 경제적 약자들에게 극심한 타격을 주었고 앞으로도 결과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중 경제력 간 격차 감소로 인한 갈등에 대해 윤 전 장관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기존 외교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대신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택했다”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일대일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이 대표적인 이러한 전략 사례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각국은 국경 봉쇄와 이동 통제 정책을 내놨고, 이 결과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블록경제, 각자도생의 시대가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자칫 정치·군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1930년대 후반처럼 파국의 길로 회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윤 전 장관은 외교적으로 ‘뱀’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미·중 양국으로부터의 선택 압력은 강해질 것이다”며 “이럴 때에는 투명성·합리성 등의 원칙을 가지고 그때그때 사안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밖(세계)이 험하고 힘들 때 안에서는 실리를 챙겨야 한다”며 “대북 문제가 미중 갈등에 휩쓸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한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 상호 실용적, 실리적 관점으로 남북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현실성 있고 현명한 방안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 전 장관은 “성공적 K방역의 긍정적 이미지를 활용해 인도주의적 대북 보건의료 협력의 타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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