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북문학기행> 14. 새만금 방조제 사이로 바다의 색은 나뉘어 있다
<2020 전북문학기행> 14. 새만금 방조제 사이로 바다의 색은 나뉘어 있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9.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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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강 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새만금 방조제 안의 바다는 빛을 잃어간다
새만금 방조제 안의 바다는 빛을 잃어간다

 새만금 방조제 길은 직선으로 굳건하다. 이 길을 달리는 내연기관들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스팔트를 질주하는데, 간혹 이 길을 발로 뛰고 자전거를 달리는 이들도 눈에 띈다. 내연기관의 정밀함과 인간의 들숨날숨은 방향성이 다르다.

 이 방향성은 새만금 방조제 바깥의 바다와 안쪽바다와 대조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중국을 마주한 서해의 바다는 서늘함이 짙다. 바람은 머리칼과 뺨을 휘갈기면서 야생성을 드러낸다. 횡단보도를 건너 방조제 안에 갇힌 바다는 동물원 안의 맹수처럼 색이 바랜다. 조용하게 물빛을 잃어가는 바다를 오래 보고 있으면, 자동차에 시동을 켜는 일이 죄스러워진다.

 문은강 소설가가 쓴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에서 원더랜드 호텔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지만, 읽다 보면 중반부에 주인공 고복희의 캠퍼스 생활과 신혼부부 생활을 주목하게 된다. 대학생 고복희에게 조개구이를 먹이며 군산을 자랑하던 남자친구 장영수는 군산에서 교사부부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원칙을 지키는 고복희와 대조적으로 자연과 자유의 가치를 좋아하는 장영수는 새만금 사업으로 갯벌이 망가지자 시위대에 전면으로 나선다.

 장영수가 쓰러지기 전, 그들은 ‘인적 드문 섬’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춤추기 싫어하는 고복희는 갑작스러운 소나기 속에서 남편 장영수와 같이 발을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장영수는 그가 얼마나 복희를 사랑하는지를 해변에서 속삭인다.

9월 군산 선유도 해변에서, 바닷바람이 온순했다 / 이휘빈 기자
9월 군산 선유도 해변에서, 바닷바람이 온순했다 / 이휘빈 기자

 그 인적 드문 섬은 선유도이다. 이제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차로 오갈 수 있는 선유도의 해수욕장에는, 코로나19를 피해 온 캠핑족들이 자동차 뒤편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가정을 꾸몄다. 바람은 흩날리고 젊고 늙은 부부들이 선유도 갯벌을 바닷바람 속에서 구경하고 있다. 그래도 이 곳의 갯벌에는 현지 어머님들이 장화를 신고 뻘로 걸어나가기도 한다. 멈춰선 캠핑카들과 갯벌을 밟는 발자국은 흑백보다 더욱 대조적이다.

 문 작가는 군산에 대해 “군산은 제가 살아보지 못한 도시지만, 가족들과 함께 자주 여행을 다녔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군산군도를 거닐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고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면서는 마음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저에게, 그곳이 마치 생명이 모두 떠나간 죽은 바다처럼 보였다. 흐르지 못하고 고여 버린 땅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작품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문 작가는 전북에 대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심리적인 안정과 위안을 받는다며, 나중에 어렸을 적 뛰어놀던 남원 광한루에 대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작가가 바라보는 군산의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은 소설에서,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깊이 드러난다. 원칙으로 세상을 견디려는 사람과 사랑으로 세상을 마주하려는 사람들은, 생명과 인심을 사고 팔려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다. 방조제 안의 죽어가는 바다색을 마주한다면, 이 바다를 돌리려 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수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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