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주국제사진제 개막…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할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사람의 체온
2020 전주국제사진제 개막…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할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사람의 체온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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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국제사진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왼쪽부터 심규동 작가, 성남훈, 김지민, 차진현 기획자)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모든 것이 덧없어진 2020년. 코로나19 시대, 더 절실해진 사람의 체온과 풍경을 담아낸 사진이 이 시대 우리가 가야할 길을 돌아보게 한다.

 10월 4일까지 아트갤러리전주 등 서학동예술마을 일원에서 열리는 ‘제17회 전주국제사진제’에서는 빈티지와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사진의 ‘오리지널리티’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25일 개막현장에서 성남훈, 차진현, 김지민 기획자와 심규동 작가를 만나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 이 사진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치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올 사진제의 주요 전시인 ‘최민식 초대전’을 기획한 차진현 기획자는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힘들지만 웃을 수 있는,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보여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온정이라는 테마를 잡아 작품을 선택했다”며 “최민식이라는 인물이 워낙 휴머니티적인 만큼, 힘들고 고단했던 시대지만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랑, 따뜻한 어떤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프로세스의 프린트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의 의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김수강 작가의 'Buttons'
고전적인 프로세스의 프린트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의 의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김수강 작가의 'Buttons'

 최민식은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이번에 보여지는 작품을 선택하는데만 한 달여 넘게 걸렸다. 풍경과 인물, 사람, 정치, 이산가족까지 그 스펙트럼이 워낙 방대한데다 미발표작도 많아 새로운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기획자의 욕심도 있었던 까닭이다. 그 시절, 대한민국을 뜬 눈으로 기록했던 그야말로 빈티지적인 사진이 2020년 전주에서 벌어지는 사진제를 통해 새롭게 깨어났다.

 그런가 하면, 성남훈 기획자가 방향키를 잡은 ‘유리도시’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실상을 여실히 마주하게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깨어질 듯 불안하고, 풍요와 소외를 동시에 가두고 있는 우리 사회의 풍경을 기록한 사진을 한데 모은 것.

 성남훈 기획자는 “이런 때 일수록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힘이 들기 마련인데 사회적 현상에 의해 상처 받고, 권력적 혹은 정치적인 문제로 상처 받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다중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유리온실 같은 사회 사회풍경을 바라보고자 했다”며 “중요한 것은 젊은 친구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알려질 수 있도록 의도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프로세스의 프린트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의 의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최수정 작가의 'seascape#1'
고전적인 프로세스의 프린트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의 의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최수정 작가의 'seascape#1'

 ‘유리도시’에 참여한 심규동 작가는 3년 전 고시원을 앵글에 담은 사진을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젊은 작가다. 정식으로 사진을 배운 적이 없지만, 작가 자신 또한 고단하기만 했던 서울 살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고시원 생활의 내밀함을 포착해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의 주목도 받았다.  

 심 작가는 “사진을 찍었을 당시 서른이었는데 고민이 많았다. ‘N포세대’ ‘욜로’ 등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와 부합돼 사진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영광이다”며 “지금은 고시원 생활을 접고 고향 강릉으로 돌아가 아티스트 작업실, 도시재생으로 주목받고 있는 빈집 등 새로운 관심사를 촬영 중이다”고 근황을 전했다.

'유리도시'에 초대된 심규동 작가의 - 고시텔
'유리도시'에 초대된 심규동 작가의 - 고시텔

 과거와 현재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조우도 주목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심 작가는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집에 담긴 글과 사진을 보는 일은 혼자서 사진 공부를 시작한 제게 큰 위로가 되었다”면서 “이때 뭔가 약간의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기고, 악에 받쳐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소명의식도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번 최민식 초대전을 돌아보며 “그 시절의 풍경이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진제에서는 고전적인 프로세스의 프린트 과정을 통해 뚜렷한 작가정신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도 다수 만날 수 있다.

 김지민 기획자는 “디지털 시대 속에 작업에 임하는 방식만은 오리지널리티를 고수하고 있는 작가분들을 초대하는 것도 올해의 주제를 설명하는데 맥락적으로 맞다고 보았다”면서 “검프린트, 카본 프린트, 백금·필라듐, 솔트 프린트 등 모두 고전프린드 방식을 추구하지만, 작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지닌 분들을 초대해 ‘시간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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