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덟, 이제 시작할 나이..첫 개인전 김미소 작가 ‘Into the Story’
마흔 여덟, 이제 시작할 나이..첫 개인전 김미소 작가 ‘Into the Story’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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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규칙과 관습, 주변의 눈들을 살피다 어느덧 어른이가 되어버린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첫 개인전을 여는 김미소 작가의 ‘Into the Story’에 관한 것이다.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소녀 시절을 꿈을 이뤄낸 그가 30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시에는 사람이 있다. 온기가 있다. 그리고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어린 시절 김 작가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책은 엄마가 읽어주던 ‘로타와 자전거’였다.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면 그 장면을 상상해 그림을 그리곤 했던 소녀는 로타가 신나게 그네를 타는 모습을 즐겨 그렸다. 꿈꿔왔던 그 시간을 버릴 수 있기에 이제라도 신나게 그네타던 그림속의 로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가 영문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미술을 다시 붙잡기까지 긴 여정과 방황이 필요했다. 인생이 꿈꾸는 대로 흘러가지 않듯, 시간의 방향도 다르게만 흘러갔다. 돈이 모이면 배낭을 메고 홀로 여행을 떠나 50여 개국을 넘게 다니면서 ‘인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천사들의 수다’에는 흔히 생각하게되는 백인의 천사나 금발머리의 여신같은 이미지는 없다. 대신 다인종의 익살스러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천사도 때로는 장난치고, 뒷담화도 나누지 않을까하는 상상이 익살꾼 천사를 만들었다.

 제 발보다 큰 신발을 신고도 넥타이가 휘날리도록 빠르게 달려가는 남자가 등장하는 작품의 제목은 ‘새벽을 달리는 남자’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야만 하는 회사. 사람들의 눈치만 보다가 눈알만 머리 만큼 커지고, 머리카락도 다 빠져 몇 올 남지 않았지만 새벽을 깨우는 그가 있어 세상은 움직인다.

 빈수레를 끌고 걸어가며 삶의 의미를 되묻는 사람, 알고 싶지 않은 일까지 알게 되는 사람의 무서운 촉, 억압적인 상황에서 해방돼 얼떨떨하면서도 감격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까지. 인생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들이 작품에 담겼다. 작가의 마음속에서 작동하는 상상력은 우선 긍정의 에너지다. 그의 작품에는 동심이 살아있다.

 이 이야기에 함께하고 싶다면, 그냥 닫힌 마음에 빈틈을 조금만 보여주면 된다. 굳이 슈트를 입거나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전시장을 찾을 필요도 없다. 작가가 들려주는 스토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그마저도 힘들다면 곁눈질로 보아도 된다. 어느새 김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말테니……. 마흔 여덟. 이제 시작할 나이일 뿐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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