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지역 의료에 길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지역 의료에 길이 있다
  •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
  • 승인 2020.09.2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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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신종감염병은 발생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대규모 감염환자를 발생시키면서 국가 공중보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체계적인 방역과 발생환자의 중증도별로 중증환자 치료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다른 어느 국가보다 대응을 잘해오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신규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올 겨울에는 2차 대유행이 예견되고 있기에 더욱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전북대학교병원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직후부터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방문객 전면 통제, 출입구 제한, 선별진료소 운영, 국가격리치료병동 가동, 국민안심병원 운영, 의심환자 임시 격리병동 운영, 신종감염병 입원치료병상 확충 등을 통한 선제적인 대응을 해왔습니다. 코로나 환자의 안정적인 치료와 고위험 중증환자의 치료병상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난대비 중증치료병상 운영에 참여해왔으며 대구경북 환자 13명을 포함해 도내·외에서 발생한 준중증 이상의 코로나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2차 유행에 대비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을 방지하고 감염자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전자출입명부인 QR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모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라19 감염증 검사를 실시하는 등 병원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방역강화 조치들은 환자와 의료진을 감염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잠재적 위험을 줄여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이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에 노출돼 병원이 폐쇄 된다면 코로나19 감염자 뿐만 아니라 정작 치료받아야할 응급환자와 중증질환자, 만성질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나 내방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부터 모 병원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대병원에서는 코로나 치료 외에도 전체적인 진료정상화를 통해 지역의료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북대병원을 비롯해 지역의 병의원과의 협력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환자관리와 치료를 통해 지역 의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면서 의료질의 우수성까지 입증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고 있는 적정성평가에서 전북대병원은 위암과 유방암 폐암 대장암 등 4대 암은 물론 만성폐쇄성폐질환, 급성기뇌졸중, 관상동맥우회술, 마취 등 각종 의료질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습니다. 전북대병원 뿐만 아니라 도내 종합병원 20여 곳도 폐렴과 위암 등 다빈도 중증질환에 대한 평가결과 우수기관에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수한 의료질 평가에도 불구하고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상당수의 지역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전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 병원이 수도권 대형병원보다 치료를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불신, 그리고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지역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도민들의 우려와 달리 전북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종합병원들에서도 최첨단 의료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의료정보와 교육의 발달로 희귀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은 수술이나 치료방법이 표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내 병·의원 간 진료협진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도 잘 치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도권으로 갔던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증을 피하기 위해 되돌아오는 사례가 있기도 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노부모들의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모를 직접 모시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치료받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전북대병원을 찾고 있는 환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중증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를 도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힘들고 번거로운 원정진료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거점 병원인 전북대학교병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지역민들의 눈과 귀,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신 의료장비와 우수한 의료진, 특화된 의료시스템을 더 잘 알리고,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지역민들이 믿고 찾는 신뢰받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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