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선 동시조집, ‘개구리 단톡방’…동심이 바라는 공동체 모습
고정선 동시조집, ‘개구리 단톡방’…동심이 바라는 공동체 모습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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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쉰 지 한 달째/ 닫힌 교문 기웃기웃// 잃어버린 거 없는데/ 뭘 두고 온 것 같아// 찾는 이 없는 운동장/ 먼지만 날리고// 학교만 쉰다 하면/ 엄청 좋아했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이/ 꿈에 보여 안 되겠어// 철없이 부린 투정들/ 다신 안 그럴게요” 「학교 가고 싶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에 가질 못해 속상한 아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보다. 오랜 기간 동심의 시를 써온 고정선 작가가 내공을 살려 첫 동시조집을 냈다. 가족과 친구들이 어울려 이루는 동심의 공동체 모습을 새긴 ‘개구리 단톡방(책만드는집·1만원)’이다.

 동시조집 속 어린이들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한 시어는 말랑말랑하고, 유쾌하다. 아마도 정년이 되도록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과 웃고 어울리며 살아왔던 그 시간의 궤적이 쌓였기 때문일 터다.

작가는 임대아파트와 전셋집,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가르는 어른들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기도 하고, 맞벌이하는 부모의 고충을 이해하는 듬직한 어린이의 시선도 담았다. 하늘도 구름도 친구가 되는데 주저함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은 푸르다. 작가는 한 발짝 뒤에 서서 “강마을 아이들의 꿈/ 흘러 흘러 큰 바다로”(강마을 아이들)라고 노래하거나 “어느새 넘어버렸네/ 함께 걸은 고갯길”(고갯길 넘는 법)이라 노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조언한다.

 염창권 광주교대 교수는 “한 줄로 길을 건너는 오리들과 ‘맨손 달인’인 할머니의 활약과 맞벌이하는 엄마가 함께 어울려 서로 마음을 나누며 건강한 동심의 세계를 열어간다”며 “욕심 많고 잔소리 많은 엄마의 눈을 피해 가는 할머니와 아이들이 벌이는 공동 작전도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고 평했다.

 고 작가는 전남 신안 출생이다. 1986년 ‘아동문예’, 1992년 ‘문예사조’, 1993년 ‘시세계’, 2017년 ‘좋은시조’로 등단했다. 시집 ‘비는 산을 울리고’, 동시집 ‘먹장구름 심술보’, ‘풀밭에는 왕따가 없다’가 있다. 한국문인협회 광양지부장을 역임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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