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많이 배워 여한이 없다” 김민희 씨 80평생 모은 3,000만원 부안군에 기탁
“뒤늦게 많이 배워 여한이 없다” 김민희 씨 80평생 모은 3,000만원 부안군에 기탁
  • 부안=방선동 기자
  • 승인 2020.09.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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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서 입학하지 못하고 못 배운 것이 평생 한이었으나 뒤늦게 대학까지 나왔고 많이 배워 여한이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저처럼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적은 돈을 기부하게 됐습니다.”

 지난 22일 부안군청 3층 군수실에서는 참으로 따뜻하고 의미 있는 기탁식이 열렸다.

 부안군 부안읍에 거주하는 김민희(80세) 어르신이 평생 모은 재산 중 대부분인 3,000만원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장학금 2,000만원과 이웃돕기성금 1,000만원으로 기탁했다.

 김민희 여사가 기탁 한 돈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 안 먹고 입고 싶은 옷 안 입고 한 푼 두 푼 모은 것이어서 더욱 의미를 더했다.

 1941년 부안군 변산면에서 태어난 김민희 여사는 변산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부안여자중학교에 합격했지만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입학하지 못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김민희 여사는 그 자체가 아픈 기억이었고 평생 한이었다.

 한이란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 지지 않고 더 커진다고 했던가!.

 김민희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도 학업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져만 갔으며 노인여성회관 노래교실 등에도 열정적으로 임했으며 항상 배움을 즐거워하고 갈망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점점 더 커지자 현실로 실행하기로 과감하게 결정한 김민희 어르신은 61세가 되던 해인 2001년 중학교에 입학하고 3년 뒤 고등학교 3년 뒤 전주비전대학교에 입학해 10여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70세인 지난 2010년 대학교 졸업이라는 만학의 꿈을 이뤘다.

거금을 사회에 기탁하고도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말하는 김민희 어르신은 갑작스럽게 신장이 안 좋다는 판정을 받고 독한 약과 함께 혈액투석까지 받았지만 최종 결과 오진이었으며 독한 약으로 인해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약 4개월 동안 먹지도 못하고 링거에 의지해 살았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한 뒤에도 자신을 위한 삶을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나보다는 남이 먼저라는 생각에 3,000만원을 기탁하는 훌륭한 결단을 내렸다.

 김민희 어르신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없도록 지역사회가 십시일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자신과 같이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소중하게 써 달라”고 말했다.

 부안=방선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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