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 올 추석엔 집에 오지 말그라
며늘아~ 올 추석엔 집에 오지 말그라
  • 이경신 전주시의회 의원
  • 승인 2020.09.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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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신 전주시 의원
이경신 전주시 의원

 #전원일기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전원일기(田園日記) 재방송이다.

  시의원이라는 직책(?) 덕분에 매일 저녁 한가로이 일일 연속극을 볼 수 없거니와 어쩌다 볼라치면 내용을 알 수 없어 차라리 단막극인 전원일기 재방송을 즐겨본다.

  전원일기는 우리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긴 대한민국 TV 사상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088회를 방영했다.

  엊그제 재방송된 내용은 추석을 맞아 김 노인 아들, 딸들이 바쁜 일정으로 찾아뵐 수 없다며 서울로 올라 올 것을 요청한 내용이었다.

  마을 노인들이 동구 밖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 노인은 결국 쓸쓸한 실망감에 드러눕게 되고 급히 서울에서 아들 딸들이 시골로 내려와 추석을 지낸다는 내용이었다.

 #명절증후군

  언제부턴가 명절 때 만 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명절 증후군은 이맘때가 되면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과 소화불량, 위장장애, 심장 두근거림 증상과 심하면 우울감과 무기력증으로 며칠 동안 몸살을 앓는다는 것이다.

  제사음식 준비와 평소에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이 증폭되거나 상대적 박탈감과 며칠간 계속되는 부엌 노동 등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전국 각지 마을마다 “며늘아~ 이번 명절에는 걱정말고 오너라! 나는 명절 음식을 차릴테니, 아들아 너는 설거지를 하거라”라는 프랭카드를 내걸고 며느리들에게 걱정 붙들어 매고 찾아 올 것을 당부하겠는가?

 #코로나19 시대 추석

  지난 겨울을 시작으로 올 초부터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 명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일부 언론은 추석을 앞두고 서울 며느리들이 시댁에서 오지 말라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심리전을 보도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전 국민의 80% 이상이 고향방문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하며 차라리 정부에서 이동제한을 명령했으면 좋겠다는 반응들도 있다고 한다.

  때맞춰 우리 고장 완주군 이서면 한 아파트 주민들은 “며늘아 명절에는 안와도 된다, 선물은 택배로 부쳐라”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고 한다.

  전남 보성에서도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이른바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경북 의성군은 독거노인 1873명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를 동원해 “며늘아 코로나로 욕보제, 추석엔 가마이 너거 집에서 쉬라”, “올해는 오지 말고 난중에 조용해지면 오니라” 등 영상편지를 제작해 자식들에게 보내준다는 것이다.

  전북도 역시 이번 추석연휴 동안 코로나19 재유행 예방을 위해 ‘추석명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고향방문 자제’를 기본 원칙으로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해 도민의 안전과 청정 전북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생활방역 실천을 강화해 개인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귀성객을 대상으로 빈틈없는 방역체계 유지와 재난 안전 취약분야 비대면 안전관리 및 24시간 상황근무를 유지키로 했다.

  이처럼 올 추석은 요놈의 코로나19 때문에 요란스럽다.

  고향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의 속마음이나, 고향이 그리워 꿈속에서나마 달려가고픈 자식들의 애달픈 심정이 명절 내내 애간장을 녹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긋지긋한 코로나19를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건강한 일상으로 되돌아가 내년 설엔 반드시 부모, 자식 서로 부둥켜 안고 애뜻한 속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우선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경신 <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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