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정의란 무엇인가
코로나19 시대, 정의란 무엇인가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0.09.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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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국회의원
한병도 국회의원

  지난 광복절 서울 광화문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했던 정부와 서울시의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가 있었습니다. 이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와 그 일당으로 인해 광복절 집회발 확진자만 한 달여 동안 약 600명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통화를 하며 웃는 전광훈을 보면서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확진자의 증가는 정부가 코로나 검사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전광훈의 모습을 보며 비참함까지 느꼈습니다.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수도권에는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었고, 자영업자는 폐업 직전까지 몰리고 많은 일자리도 사라졌습니다. 한때 번화했던 상점가에는 요즘 공실이 가득합니다.

  대출을 받아 시작한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고, 그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자영업 사장님들은 매일 아침이 두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매출 감소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사장님과 그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직원이 헤어지며 손을 잡고 같이 울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온 국민과 경제 주체들이 고통스러운 2.5단계를 간신히 인내했습니다. 온 국민이 외출을 자제하고 영업시간을 줄여가며 인내하고 또 인내했습니다.

  저는 이번 광복절 집회와 이어지는 정부의 방역 조치를 보면서 코로나 시대 국가의 ‘정의’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의 공동의무를 강조하는 정부의 방역 조치는 과연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인가, 혹은 사적 자유를 억압하는 공안독재인 것인가. 코로나19 재유행의 원점이 된 전광훈과 그 추종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 조치를 ‘방역 공안 통치’라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공익과 정치적 욕망 사이에 벌어진 본인들의 인지부조화 상태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요법이 될 것이란 생각도 들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인간사회의 ‘정의’ 개념을 논하고 실천해 온 그 어떤 보편적 종교와 철학도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범죄 행위를 ‘정의’로 정당화하고, 이를 막기 위한 사회공동체의 노력을 ‘불의’로 규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광복절 집회 강행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세력이 오는 개천절에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제2의 전광훈을 막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8.15 집회 관련 후속 입법안인「집회 시위에 관한 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정을 요구했으나 야당이 반대해 결국 불발됐습니다.

  두 법안은 개천절 대규모 집회를 사전에 방지하고 집회를 강행했을 시에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법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의 고통이 큰 현 상황에서 해당 법안의 상정과 논의를 미루는 것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여야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국민의 안전보다 먼저일 수는 없습니다.

  행정부의 단호한 공권력 행사와 함께 입법부 역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통과시켜 공공선을 지켜내는 것, 이것이 바로 코로나 시대에 국가의 ‘정의’가 아닐까요?

 한병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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