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주세계소리축제…과감한 도전과 실험 호평 속, 온·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 필요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과감한 도전과 실험 호평 속, 온·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 필요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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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선보인 ‘미디어·온라인 공연 5선’이라는 초유의 방식이 축제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개막공연을 비롯한 모든 공연을 온라인으로 선보인 가운데, 향후 축제의 방향성과 공연방식에 참고할 만한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공연을 지속하는 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객석과 향유층의 욕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 또한 보다 다양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20일 오후 3시 폐막공연 ‘전북청년 음악열전’에서 61명의 지역 예술가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집단 즉흥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4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예술가들의 즉흥 시나위는 억눌려왔던 예술인들의 의기를 거대한 퍼포먼스로 연출해냈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젊은 예술가들의 에너지는 빈 객석을 넘어 관객들의 안방으로까지 전달되기 충분했다.

 이처럼 올해 소리축제가 엄선한 5선의 공연은 매 공연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개막공연 ‘온라인 월드 시나위’는 코로나19에도 포기를 모르는 소리축제의 도전 모험이라는 평가와 함께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19의 파고 속에서 13개 국가를 연결한 개막공연은 실시간 연결과 생중계라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방법으로 기술 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기술적 한계 속에서 드러난 온라인 합동공연의 엇박자는 오히려 예술가들이 간절하게 서로를 잇고자 했던 연대와 공존의 정신으로 부각돼 랜선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현 위의 노래’는 무질서 속에 질서를 구현하는 시나위의 즉흥성을 교본처럼 펼쳐낸 무대였다. 공연의 질도 높았는데, 국내를 대표하는 실력파 연주자들의 합이 그만이었다. 피날레를 장식한 ‘더블 시나위’는 국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무대가 되었다.

 이는 오랜 기간 소리축제가 지속적으로 실험해온 ‘비교음악제’의 응집력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음악을 세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동등한 위치에서 우리 음악을 들여다보기를 지속해온 소리축제는 이제 완성도까지 높은 고품격의 콜라보 무대로 소리축제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기획을 자신있게 내보이고 있다는 각계의 평가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지영 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은 “총연출자인 박재천 집행위원장이 클래식과 재즈, 국악의 장단까지 아우를 수 있다보니, 소리축제의 대부분의 공연은 국악에만 머물기보다는 여러 다른 시각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당초 축제에서 보여주려던 3개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낸 엄청난 집중도를 보인 프로그램이다보니 화제가 된 것 같다”며 “실제 규모에 쓰러질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전통음악 공연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쏟아낼 수 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랜선으로 연결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이 닷새 동안 꾸준하게 이어졌다. 한 번 방문한 관객은 이틀, 사흘째에도 계속 방문을 이어갔다. 익숙한 아이디 방문에 환대하며 랜선 객석 안에서 스스로 온라인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관객들을 대면할 수는 없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고정 팬들을 끌어 모으고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실시간 생중계 된 공연은 축제기간 동안에 다시 재생되면서 누적 조회수는 꾸준히 올라 20일 현재 개막공연의 경우 약 8천 회, 현 위의 노래는 7천 회를 훌쩍 넘겼다.

 올해 소리축제는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행사와 공연이 취소돼 무대 기회를 잃고 좌절해 있는 예술가들을 위한 특별한 도전 ‘19×19 챌린지’를 준비 중인 것. ‘19×19 챌린지’는 소리축제 19회의 분기점에서 맞은 19일의 릴레이 공연을 의미한다.

 이 또 한 번의 특별한 도전이 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공연방식과 예술가들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리축제는 오는 11월 1일부터 19일까지 장장 19일에 걸쳐 전주역 광장에서 비대면 거리공연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중계할 계획이다. 두 개의 유리룸을 설치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200여 예술단체 약 1천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하게 된다. 약 150시간, 9천 여 분의 공연시간을 잇는 유례없는 기록에 도전한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1년 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관객과의 교감을 핵심으로 하는 공연계에 혹독한 시련이 불어 닥치며 예술가들의 일터와 무대에 큰 위협을 안겼다”며 “생계와 자존감에 큰 위기가 닥친 공연예술계에 이제는 예술이 시대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급박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사업이 추진된 배경을 밝혔다.

 한편, ‘19×19 챌린지’에 참여를 원하는 예술가들은 21일부터 10월 8일까지 신청 자격을 확인하고 응모하면 된다. 2인~5인으로 구성된 전북지역 예술가라면 누구나 응모 가능하며, 관립·공립단체 연주자는 참여가 불가하다. 공모 대상은 버스킹이 가능하고 기본적으로 음악(국악, 재즈, 인디음악, 관현악 등)을 포함한 연극, 무용, 마술 등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로 폭을 넓혔다. 자세한 모집요강은 전주세계소리축제 홈페이지(www.sorifestivs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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