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퀴고 간 전북의 수재민, 추석 명절 가족도 못 봐
수마가 할퀴고 간 전북의 수재민, 추석 명절 가족도 못 봐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0.09.2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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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봉사자 손길 끊긴 남원 수해지역 / 김현표 기자
코로나19로 봉사자 손길 끊긴 남원 수해지역 / 김현표 기자

코로나19가 덮친 우울한 추석 명절 (하) 

 

 “1년 농사는 망치고 코로나19 때문에 가족 얼굴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야속하게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수재민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하루에 500mm가 넘는 사상 최악의 폭우로 섬진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남원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피해 발생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자원봉사 손길이 끊긴 지 오래돼 복구 작업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강화되면서 다가올 추석 명절조차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수재민들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풍요로워야 할 논밭과 비닐하우스 곳곳에는 미처 걷어내지 못한 농작물이 썩어가며 악취를 풍겼다.

 일순간에 한해 농사와 삶의 터전을 앗아가버린 수마의 상처는 이렇게 주민들의 속을 까맣게 태워버렸다.

 주민들은 올해 농사를 모조리 망친 것도 큰 걱정이지만 당장 대출금 상환과 내년 농사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실정이다.

 추석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 18일 남원시 세전면 동양마을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적막한 모습이었다.

 마을 길목 곳곳에서는 수해를 입어 못쓰게 된 각종 가구들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방치돼 있었고, 물에 잠겼던 주민들의 보금자리에는 아직도 맨바닥에 이부자리가 깔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 복구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도배는 커녕 장판조차 깔지 못한 상태였다.

 마을 여기저기에는 물속에 잠겼던 가재도구와 생활 쓰레기들로 인해 벌레가 꼬이고 악취가 풍겼다.

 딸기를 심어 놓았던 비닐하우스는 찢어지고 휘어진 채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고 썩어 버려진 딸기들의 흔적이 수마가 남긴 아픈 상처를 그대로 보여줬다.

 피해 복구 초기만 해도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국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감염 우려로 군부대나 봉사단체 등 피해 복구인력이 원활히 투입되지 못해 마을 곳곳에는 아직도 수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70세를 넘긴 고령의 노인들이어서 자체 수해 복구 작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 김경남(73·여) 씨는 “명절 때마다 서울서 내려오는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들을 보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다”며 “하지만 집중호우와 코로나19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아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김경남 씨는 이어 “당장 집안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날씨라도 좋아야 장판이나 벽지 작업을 할 텐데 흐린 날씨나 비만 보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은 특히 농협 대출 상환 문제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최근 농협이 특별재난지역 내 농가에 대한 무이자 대출 1천만원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보다 현실성이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신용도에 따라 대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다 마을 전체 비닐하우스 300동 중 절반가량이 침수로 잠겨 사실상 수입원이 사라진 마당에 돈을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 양홍우(69) 씨는 “좋은 취지인 것은 맞지만 당장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망가진 상황에서 수입원이 없는 대다수 주민들이 어떻게 돈을 구하겠느냐”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주민들이 다시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이젠 가늠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종로(53) 동양마을 이장은 “집중호우로 지난 1년 땀 흘려 지은 농사가 한순간에 망가졌고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추석에는 가족들도 볼 수 없어 마을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보다 내실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가족, 친지와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남원지역 수재민들의 일상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국민과 지자체 등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나 않을까하는 근심 속에 살고 있는 남원지역 수재민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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