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의 4대 우상과 우리들의 우상들
베이컨의 4대 우상과 우리들의 우상들
  •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 승인 2020.09.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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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선입견에 의하여 편견으로 생기는 허위를 우상이라 하여 종족우상(집단 공통된 성질에서 생기는 문제) 동굴우상(환경,습관, 교육,취미의 영향으로 생기는 문제) 시장우상(사람들의 교제, 특히 언어가 사고를 제한하는 것에서 생기는 문제) 극장우상(역사, 종교, 전통, 전설 등의 신봉에서 생기는 문제) 등으로 묶어서 4개의 큰 우상을 설정했다. 선입견으로 인해 편견으로 굳어지면 이는 바로 자기 폐칩이요, 자기 폐쇠란 무서운 파장을 낳는다. 집단 이기주의도 여기서 파생되고 완고한 배타주의도 여기서 생겨난다.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에서, 오만은 남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하고, 편견은 내가 남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하였다. 오만과 편견은 그 속성상 서로 짝을 이루며 한 상관속(相關束)으로 작동한다.

 혈연과 학연과 종연(같은 종교인끼리의 강한 연대) 등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역기능으로도 작용했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처럼 합리적 이성으로 재량(裁量)하는 방식에 서툴다. 감성의 대량 방출로 우리의 활동 반경은 좁혀져서 이성의 충분한 발휘를 심히 저해했다. 베이컨은 또한 학문의 목적은 명징한 재량으로 발현된다고도 했는데 학문의 효용성은 소아적 자기 폐쇠를 분쇄하는 데서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다른 경우는 학문이 높으면서도 더 굳건히 오만에 치우치고 편견에 사로잡히는 사례를 많이 보아 왔다. 지성인의 오만과 편견은 그 폐단이 이만저만한 계 아니다. 가령 개신교 한 종파의 우상 숭배는 세기말적이다. 전아무개란 목사가 이끄는 종파의 완고한 배타주의와 이기주의는 소름이 끼친다. 그들이 키운 질병의 온 나라 확산은 스스로 업보인 양 회귀하여 자신들을 병마 속에 가두고 말았다. 우상숭배는 종교에서 가장 금기시하지 않았던가? 마치 이웃을 사랑하지 말라. 이웃을 긍휼히 여기지 말라. 등으로 말세적 종교관으로 세인들의 공포를 자아냈다. 그들에게 징벌하는 것처럼 코로나19는 그들에게 번무했다.

 우리 사회에 코로나가 꼭 계세징인(戒世懲人)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코로나를 예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자는 것일 뿐이다. ‘끼리끼리만으로 도당을 이루는 폐쇄의 굴레를 벗어던져라.’ ‘소아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찾아 서로 보듬는 파당을 분쇄하라.’ ‘이웃사촌만이 아니라 멀리 두고도 연연하는 대아의 길을 찾아라.’ 참으로 도처에 파랑이 이는 편견은 점입가경이 된 것이다.

 노자의 ‘스스로 그러한 대로’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상기하며 미명으로부터 깨어나자. 국한된 인위가 자연스러움을 파괴한다. 그 편견과 아집이 반민본, 반민생, 반민주로 일탈해 온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강화되었다. 함께 전체에 공리(公利) 되는 방향이 우리의 전도이어야 한다. 좀 돌아가면 좋을 것을……. 좀 느리게 가면 좋을 것을…. 우리 주변에 파다한 우상들을 섬멸하고 경계를 넘나들며 이웃을 이끌고 함께 가자. 우상은 대칭적 다른 우상을 연쇄적으로 생성케 하는 번식 능력이 있는 법, 종교도 철학도 모든 인문 분야나 사회적 격률도 양심에 비추어 이성으로 셈하며 명징한 성찰 끝에 우리네 공동선을 가꿔내자.

 소재호<전북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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