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봐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봐요
  • 이길남 부안초 교장
  • 승인 2020.09.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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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기본 자세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찬다. 그동안 코로나19 2단계 조치에 따른 등교인원 제한으로 원격수업을 해오던 아이들도 이번 주부터는 모두 학교에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많아진 만큼 쉬는 시간에는 간혹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학교가 제모습을 찾는 듯 해서 반갑다.

 이젠 가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높아진 하늘에 공기도 시원하다. 야외수업을 하는 학급에서는 화단에 새로 핀 꽃들의 이름을 익히고 생김새를 관찰하는 중이다.

 “선생님~ 사마귀 찾았어요~” 선생님을 소리소리 외쳐부르며 아이 한 명이 뛴다. 다른 아이들도 사마귀를 보느라 몰려든다.

 전에는 선생님께서 물어보는 말에 대답만 했지 선생님을 소리쳐서 부르거나 했던 기억은 없다. 어쩌다 심부름을 하느라 교무실 앞이라도 지날 때에는 발뒤꿈치를 들고 소리 안나게 걸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친구처럼 대하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선생님들이 참 고맙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지금보다 더 좋아질 미래를 꿈꾸어본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했을 때 들어줄 상대방이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교실수업에서 아이들은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해결해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려면 먼저 누구의 말이든 경청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말을 하느라 어지러울 수 있으니 말할 사람의 순서를 정하거나 말할 시간을 조절하거나 하는 토론의 규칙을 정해서 운영할 수 있다.

 토론할 때의 기본적인 자세로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제대로 이해한 후에 말하는 것,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낸다거나 반대한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하지 않는 것, 토론의 결과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는 것 등이 필요하겠다

 요즘 들어 후배들에게나 젊은 사람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로 자신의 겪었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꼰대’라고 불리며 자칫하면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나이를 먹었으니 어른이라고 대접해주지 않는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시대에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옛날 이야기를 꺼내 ‘지금 아이들은 버릇이 없네’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이먹은 사람이 말한다고 아예 듣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이들도 문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슬기롭게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떤 말이건 누가 말을 하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말을 경청하고 좋은 생각은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이길남 부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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