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예방에 대한 지식과 의식의 차이
화재예방에 대한 지식과 의식의 차이
  • 유우종  군산소방서장
  • 승인 2020.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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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국민이 하나 돼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현실에도 민족의 명절인 추석은 올해도 여전히 다가오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명절은 평소 함께하지 못한 가족과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터놓는 작은 기쁨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시간! 일상으로 복귀해서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머금어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함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으로서 수십 년을 돌이키면 명절 기간에도 들려오는 달갑지 않은 재난 정보와 뉴스들에 안타까움이 먼저였다. 가슴이 졸아드는 듯한 이런 감정은 다른 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밤낮으로 특별경계 근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화재진압 등 사건·사고 처리해야 하는 책임 의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쁘고 즐거움이 먼저여야 할 명절에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소식들, 특히 화재로 인한 재산 및 인명피해를 겪는다는 소식은 크나큰 안타까움이었고 더구나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으로서 더더욱 그러하였다.

 경제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사회가 점차 발달하고 국민 의식이 높아지는 이 시대지만 통계적으로 화재 발생의 빈도는 줄어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눈에 띄는 대규모 화재 그리고 그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다수의 국민이 염원했던 소방 국가직화가 실현되고 소방인력이 보강되고 장비가 현대화되고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는 발생한 화재를 최소한으로 통제하는 것과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예방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 듯 화재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정부와 소방당국에서 방송사를 통한 재난방송 및 각종 언론매체 등을 활용한 간접적인 방법 그리고 소방안전체험관 및 교육 전문가를 통한 직·간접적인 화재예방교육 정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의 화재 예방에 대한 의식은 생각보다 미흡하다. 화재를 예방하고 유사시 소방시설을 활용한 초기 대처 및 피난에 대한 지식은 앞서 거론한 방법 등을 통해 날로 증가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의식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굳이 분석해보면 자신이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자만심이 앞서는 것이 아닌가 한다. 타인에게는 냉철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설마!’ 하는 안일한 의식 또는 ‘나는 괜찮다!’는 안위가 먼저인 듯하다. 뉴스를 접하고 주변에서 화마에 희생된 이웃을 보면서도 남의 일 일뿐이고 잠시 안타깝게 여길 뿐이다. 재난은 결코 통계에 의존하지 않는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 번개가 쳐 직접적인 피해를 볼 확률은 수백만 분의 일 또는 수억분의 일의 수치를 넘어 당첨되고 피해를 보는 대상자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 대상이 본인 또는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대상 중 자신에게 닥칠 일이 아니라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화재 예방에 대해 아는 지식을 얼마나 실천했고 실행하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무하는 직장 또는 거주하고 있는 장소의 화재 요인을 스스로 찾아보고 불안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조치하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노후 되거나 먼지가 쌓인 전선·콘센트 설비 그리고 냉장고 뒤의 먼지, 생산설비와 주변의 상태가 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는 소소한 실천이 우리가 아는 화재 예방의 근본 상식이 아니었는가?

 어려운 중에도 추석은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방역 당국의 당부가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회에 부모와 가족 그리고 친지·친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그 노력에 더하여 한 가지 더 실천해야 한다. 결코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며칠 비울 집에 화재 예방을 위해 살피고 요인을 제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고향 집을 방문한다면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이 기거하고 있는 집 안팎에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도 그렇게 관리하도록 당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만약에 발생할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응급조치 세트,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선물하는 것도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한가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유우종  <군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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