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환경적 재난 발생에 대비한 기준 강화
보건환경적 재난 발생에 대비한 기준 강화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0.09.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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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 맞다면 올봄에 발표된 기상 예보는 올해 여름은 역대급 더위가 길게 지속되며 비의 양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몇 년간 초여름 장마가 길게 지속된 경우가 많지 않았기에 이러한 예측은 합리적인 듯 느껴졌다. 유난히 땀이 많은 필자는 더위에 고생할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예보와는 달리 올해 여름은 역대급 더위가 아닌 역대급 장마가 모두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을 뿐 아니라 홍수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 또한 매우 큰 시간이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가 끝나자마자 20일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세 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지난 몇 년간 겪어보지 못한 힘든 여름이었다. 매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바라봐야 했던 우중충한 흐린 날씨와 계속되는 강우로 인해 모든 것이 눅눅해져 버린 풍경은 올해 상반기를 코로나 19와 싸우며 지칠대로 지쳐버린 모든 이의 마음을 더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변변한 햇빛조차 보지 못하고 여름이 지나가버리고, 조석으로 선선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연한 가을이 되어버렸다. 이제 2주 후면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사람들은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서로 축복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개발되지 못했고, 멈추지 않는 감염병 확산세로 인해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져 가는 상황에서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참으로 힘든 1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힘든 2020년을 보내고 있는 두가지 원인, 감염병의 확산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향후 인류의 안녕과 생존을 위협하는 대표적 재난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조금만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코로나 19의 경우를 예를 들어 생각해본다면, 이 질병으로 인한 치사율은 국가별 및 환자의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WHO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3~4% 정도가 된다고 한다. 숫자로만 보면 이 값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작은 숫자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받은 충격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만약 미래에 치사율이 10 또는 20%인 감염병이 확산하는 경우 전세계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지 생각해보면 아찔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기상현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댐과 같은 구조물들을 건설하는 경우 통계적으로 100에서 2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규모의 홍수가 발생했을 때에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 우리는 이미 단일 강우 사건은 200년 단위 규모에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인접한 시기에 대규모 강우현상이 2회 이상 발생하여, 이들을 합하게 되면 200년에 한번 오는 홍수 규모를 초과하는 상황을 경험하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의 안녕과 번영을 위협하는 자연적 재해와 질병의 발생은 멈출 것 같지 않고, 이들의 발생 강도와 이로 인한 충격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재해 방지와 질병 예방 및 확산 방지에 관련된 기준을 크게 강화해야 할 시기가 된 듯하다.

 기존 시설물들을 새로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나, 최소한 이들을 운영하는 원칙을 재검토하고 기존에 예상했던 재난 규모를 초과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운영방법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운영방법이 수자원의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비상시 대체 수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 또한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감염병 발생의 경우 초기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고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질병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재난적 상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류의 삶의 질이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해도 몇십년 내에 인류의 지식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모든 기준을 좀 더 엄격히 수립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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